[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별세를 기점으로 그룹의 무게추가 '중흥'에서 '대우'로 빠르게 이동할 전망이다. 중흥그룹의 핵심 건설사들은 공공택지 개발 중심의 기존 성장축이 사업 환경 변화로 힘을 잃은 데다 창업주 부재까지 겹치면서 구조적 전환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대우건설은 원전 등 해외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오너 일가의 경영 활동이 대우건설에 쏠리면서 그룹의 중심축은 사실상 대우건설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 '중흥' 업계 내 위상 하락세… 창업주 별세 이후, 사업 구조 전환 압력
중흥그룹은 정창선 창업회장이 지난달 별세하면서 전환 국면을 맞게 됐다. 한때 그룹의 핵심이었던 중흥건설은 창업주 별세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지배구조와 경영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창업주 부재라는 변수는 향후 경영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백승권 사장은 2019년부터 중흥건설을 이끌어 왔지만, 정창선 회장이 76.7% 지분을 보유하며 경영을 주도해 온 만큼 오너 부재 이후 경영 색깔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건설업계에서 중흥 브랜드의 위상이 점차 약화되면서 사업 구조 개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지만, 최근 분양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체사업 수익 규모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여기에 정부의 공공택지 입찰 금지까지 더해지며 사업 환경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실제 그동안 그룹의 양축 역할을 해온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흥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20년 35위에서 2021년 40위, 2022년 48위로 등락을 거듭하다 2023년 50위, 2024년 52위, 2025년 62위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분양수익 역시 2020년 2473억원에서 2024년 1411억원으로 감소했다.
중흥토건 역시 2020년 15위, 2021년 17위, 2022년 18위, 2023년 15위, 2024년 16위 수준을 유지하다 2025년 42위로 급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분양수익은 2020년 3849억원에서 2024년 6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중흥토건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6계단 하락하며 50위권 내 건설사 중에서도 최대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중흥건설은 체질 개선에 나서는 분위기다.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 확대를 위해 서울 사무소 인력 확충과 조직 재정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택지 중심 사업이 위축된 만큼 도시정비 등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오너가 포진한 '대우건설'…그룹 중심축 재편 가속
반면 그룹 차원에서는 대우건설 중심 체제가 강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가 대우건설로 집중되고 있는 데다 지분 승계까지 마무리될 경우 대우건설에 대한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정원주 회장은 중흥토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흥토건은 대우건설 지분 40.60%를 가진 최대주주다. 여기에 정창선 회장이 보유했던 중흥건설 지분 10.15%를 정 회장이 단독 상속받을 경우, 대우건설 지분 50.75%를 간접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은 현재 대우건설 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표이사 김보현 사장은 정 회장의 사위다. 여기에 손자인 정정길 상무도 대우건설 해외사업단에서 경영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1998년생인 정정길 상무는 영국 노팅엄대 출신으로 2021년 중흥건설에 입사한 이후 2022년 대우건설 전략기획팀으로 이동했다. 이후 2023년 상무B, 2025년 상무A로 승진했으며 현재는 해외사업단 미주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임원에 오른 만큼 차세대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단계로 평가된다.
여기에 최근 정원주 회장의 장녀 정서윤씨도 대우건설 합류를 앞두고 있다. 정서윤씨는 2000년생으로 이달 말부터 미국 법인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오너 일가로서 경영에 참여하게 되며, 미국 등 북미 부동산 개발사업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달에는 아버지인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 함께 미국 주요 글로벌 디벨로퍼 및 파트너들과의 미팅에 참여해 북미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다만 과거 정창선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중흥-대우건설 별도 경영'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대우건설의 조직과 브랜드를 유지하고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대우건설 '푸르지오'와 중흥 '중흥 S-클래스' 역시 통합하지 않고 별도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창업주 별세 이후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오너 일가의 경영활동이 대우건설로 집중되면서 그룹 내 상징성과 중심축이 점차 대우건설로 쏠리는 모습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흥과 대우건설을 병렬적으로 운영해 왔지만, 최근 사업 환경 변화와 창업주 별세를 계기로 대우건설이 그룹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와 지배력까지 대우건설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향후 투자와 사업 전략 역시 대우건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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