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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스테이블코인 vs CBDC…신현송 체제 판 바뀌나
한진리 기자
2026.04.08 07:00:21
디지털자산기본법 지연 속 한은 수장 교체…민간 코인보다 통화주권·금융안정 무게
이 기사는 2026년 04월 07일 10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출처=뉴스1)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한국은행 수장 교체가 입법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국장이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되면서 디지털 통화 정책의 무게추가 민간이 아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이달 중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재명 대통령이 신 국장을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 현 이창용 총재 임기가 이달 20일 종료되는 만큼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곧바로 통화정책 수장의 교체가 이뤄진다.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책 방향을 좌우할 인물이 바뀌는 셈이다.


신 후보자는 통화 안정을 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강조해 온 '실용적 매파' 성향의 경제학자로 평가된다. 금융위기 이론과 금융시스템 안정성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영국 옥스퍼드대·런던정경대(LSE)·프린스턴대 교수와 뉴욕 연방준비은행 자문위원,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를 거쳐 BIS 경제국장을 맡아왔다. 특히 2005년 잭슨홀 콘퍼런스와 2006년 IMF 연차총회에서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경고했던 인물로,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의 시선은 신 후보자의 디지털화폐 인식에 집중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민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 여부를 가를 핵심 입법이지만, 신 후보자는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회의론자'로 꼽힌다. 그는 그간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핵심 속성인 '단일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화폐의 단일성 훼손이란 동일한 원화라도 발행 주체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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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신 후보자는 BIS 연례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화폐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아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통화 시스템의 '보완재'로는 인정하면서도, 게임 체인저로 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반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신 후보자는 CBDC가 결제 확정성·유동성·무결성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으며, 국경 간 결제 효율성을 높이고 통화 대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한다. 가상자산 시대의 해법은 민간이 발행한 코인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설계한 디지털화폐에 있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논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신 후보자 체제가 출범할 경우 디지털 통화 정책의 중심축이 '민간 스테이블코인 육성'에서 'CBDC 및 예금토큰 중심 체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BIS 출신 인사가 한은을 이끌게 되면서 통화주권과 금융 안정이 혁신 경쟁보다 우선되는 정책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입법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한은 내부 실험에서도 감지된다. 한은은 CBDC 실거래 테스트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를 올해 상반기 중 추진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한강은 CBDC의 실사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사실상 마지막 단계 실험으로, 개인 간 송금과 정부 보조금 지급 등 실생활 적용 확대가 핵심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IBK기업은행, iM뱅크 등 총 9개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다. 신 후보자 역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만큼 새 체제에서 관련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한은 총재 교체가 단순한 인사 변수를 넘어 디지털 통화 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후보자 체제가 확정되면 정책 방향이 민간 스테이블코인보다 CBDC와 예금토큰 쪽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만일 한은의 입장이 지금보다 더 보수적으로 굳어진다면 입법과 사업화 모두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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