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케이조선의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함께 인수전에 참여했던 KHI그룹의 조선사 운영에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케이조선의 초기 운영을 담당했던 KHI가 자금수혈 능력에서 한계를 보였고 결국 유암코에게 경영권을 넘겨줬기 때문이다. 특히 김광호 KHI 회장이 내세운 국내 조선업을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인수 명분도 사실상 상실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유암코 컨소시엄은 현재 케이조선의 지분 99.589%와 회사채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는 태광그룹·그린하버자산운용·오성첨단소재 컨소시엄이 케이조선의 인수에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케이조선의 매각가를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안에 매각을 완료하고자 했던 기존 계획이 틀어지면서 인수가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
케이조선은 1967년 설립된 동양조선공업을 모태로 한다. 2001년 STX그룹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STX조선해양으로 변경하고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 조선사로 거듭났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STX조선해양은 2021년 유암코·KHI 컨소시엄에 2500억원에 매각돼 현재 사명으로 굳혀졌다.
케이조선의 주력 선종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MR 탱커), 원유운반선, 셔틀탱커 등 중형급 선박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만 5만톤(t)급 MR탱커 4척, 총 3070억원을 수주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탈탄소 규제와 탱커선대 교체 수요에 힘입어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케이조선의 지난해 매출은 1조2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4.4% 늘었고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1454억으로 1199.3% 급증했다.
이 같은 상황에 업계에서는 KHI의 앞선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당초 이 회사는 2021년 케이조선 인수 초기 운영을 맡았다. 인수 당해 케이조선이 매출 2132억원, 영업손실 2001억원을 기록했으며 미처리 결손금이 2323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시밭길이 예상됐다. 이에 KHI는 2022년 대한조선을 인수, 조선업 시너지 창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재 구매, 영업 등에서 협업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한조선 인수는 케이조선에 독이 된 모양새다. 경영 정상화에 투입돼야 할 자본력이 대한조선 인수로 분산되는 바람에 케이조선이 조선업 턴어라운드 기간을 견딜 실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에 선수 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 실패다. RG는 조선소가 선박을 제때 인도하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선수금을 보증해주는 제도다. 실제 케이조선은 2022년 8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하고도 RG를 발급받지 못해 계약을 물리기도 했다.
현재는 정부 차원에서 중형 조선소의 RG 발급 문제를 해결하려 힘을 쏟고 있으나이나 기본적으로 RG 발급을 위해서는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물론 모회사의 자금 지원 여부가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케이조선은 2023년 5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상반기 순차입금이 4054억원에 달했다. KHI 역시 케이조선, 대한조선 인수 과정에서 빌린 인수금융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수혈 능력에서 한게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KHI가 2024년 12월 유암코에 케이조선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김 회장이 내세웠던 인수 명분은 사실상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김 회장은 대한조선 인수 이후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조선사 인수가 개인의 경제적 이득이 아니며 기존과 투자 목적을 다르게 설정해 국내 조선업을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케이조선지회는 올해 1월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매각을 비판했다. 이날 케이조선지회는 "(KHI-유암코 컨소시엄 인수 이후) 안정화된 케이조선은 또 다시 매각시장에 내몰려 있다"며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통해 매각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반복되는 자본의 일방적 매각은 회사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은 물론 노동자를 향한 구조조정의 칼날이 될 것임을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 관계자는 "KHI가 케이조선과 대한조선의 시너지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나서려는 전략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라며 "결과론적이지만 대한조선의 인수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으며 KHI가 케이조선을 포기하며 인수 명분도 잃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