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서울시금고 사업권 입찰을 앞두고 시중은행 간 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조례 개정으로 평가 기준이 4년 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경쟁의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부처만 이동했을 뿐 결국 '쩐의 경쟁'이라는 점은 그대로라는 시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조례 개정을 통해 금고 지정 평가항목과 배점 기준을 손질했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총 100점 만점에 ▲신용도 및 재무안정성(25점) ▲대출 및 예금금리(20점) ▲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8점) ▲지역사회 기여 및 협력사업(7점) ▲기타(2점) 등을 반영한다.
전체 틀은 기존과 동일하다. 특정 항목보다 전반적인 평가를 고르게 받는 것이 중요한 점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항목에서 최소 점수를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하고 순위 간 점수 격차도 제한하는 방식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의 100년 독점 체제를 깬 2018년에도 양측 점수 차이는 1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금리'의 비중과 실효성이 동시에 강화됐다.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 배점은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확대됐고, 정기예금 만기경과 금리는 3점에서 1점으로 축소됐다. 서울시 자금 대부분이 수시입출금 형태로 운용된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형식적 항목이 아니라 실제 수익과 직결되는 지표에 점수를 더 얹은 셈이다.
평가 방식 역시 달라졌다. 금리와 지역사회 기여 항목에 적용되던 '순위 간 점수 편차 1/2 제한' 규정이 일부 삭제되면서 항목별 점수 차이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전처럼 모든 항목에서 골고루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금리 등 항목에서는 점수 차이를 확실히 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출연금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과거에는 금리와 협력사업 항목의 점수 격차가 제한되면서 체감상 출연금이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각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출연금 중심 경쟁'의 영향력은 한 단계 희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연금은 '시와의 협력사업계획' 항목에 반영되며 배점은 2점에 그친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예금 금리가 '킬러 항목'으로 부상한 만큼 이번에도 '쩐의 전쟁'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출연금이 아니라 금리로 전장이 옮겨갔을 뿐, 결국 비용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간 신용도나 재무지표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금리 항목에서 승부를 보려는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금고 규모를 감안하면 금리를 0.1%포인트만 높여도 수억 원대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점수 1점'을 위해 출혈을 감수하는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금리를 무작정 높게 제시할 수 없는 만큼 시중은행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금고가 아무리 매력적이라고 해도 수익성을 완전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평가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에서 일반 고객 금리와 지나치게 큰 격차를 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항목도 결국은 자금력 싸움"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반 고객에게는 3% 예금금리를 주면서 서울시에는 4~5%씩 제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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