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여신금융협회장 선거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차기 수장 자리를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해지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압박과 캐피탈사 신사업 규제 장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금융당국과의 소통 능력을 갖춘 '관료 출신'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와 입법 대응을 실질적으로 이끌기 위해 정치권 네트워크를 갖춘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서면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완료했다. 정완규 현 여신금융협회장의 임기 종료 이후 약 6개월 만에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회추위는 카드사 7곳, 캐피탈사 7곳 등 회원사 대표 14명과 감사 1명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꾸려졌으며,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여신금융협회는 오는 19일까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며, 이달 27일 서류 심사를 거쳐 숏리스트(압축 후보군)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내달 4일 면접과 무기명 투표를 통해 단독 후보를 추린 뒤, 이르면 6월 중순 총회를 열고 최종 선임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현재 거론되는 예비 후보군은 관료와 민간, 학계를 아우르며 다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와 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정책·입법 대응 역량이 차기 회장의 핵심 자질로 부상한 만큼 관료 출신 후보군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과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대표적인 하마평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서 전 원장은 은행·보험·카드 등 주요 감독 부서를 두루 거친 정통 관료로, 금융 규제와 감독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위원장 역시 금감원 출신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거쳐 시장 감시와 불공정거래 조사 등 자본시장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민간 출신으로는 업권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이 거론된다.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 이창권 KB금융지주 미래전략부문장 등 대형 금융지주와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인물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학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문제와 스테이블코인 등 핵심 현안에 밝은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가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대관 역량'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카드·캐피탈업계 모두 업권 내부 경쟁력 강화만으로는 수익성 방어에 한계가 뚜렷해진 만큼 금융당국 및 정치권과의 정책 협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는 당장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논의를 앞두고 있다.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카드론 규제 강화 기조에 대응하는 한편,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과 스테이블코인 등 미래 결제 시장 관련 제도 논의에도 적극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캐피탈업계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건전성 부담이 커진 데다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중고차 금융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매매 알선 업무 허용과 법인보험대리점(GA) 업무 허용 등 신사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감은 금융당국과의 소통 채널 확보가 가능한 관료 출신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과 신사업 인허가, 건전성 규제 등 주요 현안 대부분이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책 조율 경험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금융위원회 내에 국장급 이상 퇴직자가 다수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져, 중량감 있는 관료 출신 후보가 새롭게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관료와 민간 출신 중심의 후보군만으로는 규제 혁파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간 관료 출신이 당국과 업계의 가교 역할을 해왔지만, 정작 핵심 규제를 혁파하는 데는 한계를 노출하며 '당국의 지침을 하달하는 메신저'에 그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와의 소통 및 입법 대응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치권 네트워크를 활용해 법안 발의와 제도 개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생명보험협회가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희수 전 회장을 영입해 요양산업 진출 등 업권 현안 대응에 나섰던 사례가 재차 거론되는 배경이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여전업권이 마주한 경영 환경은 조달 비용 상승과 규제라는 이중고를 뚫고 나갈 확실한 해결사가 필요하다"라며 "후보 공모 마감일에 유력 인사가 깜짝 등판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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