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부동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보험 영업의 근간인 신계약 창출력은 약화되고 해약은 급증하는 등 본업 경쟁력에는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제판분리 전략의 한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의 연이은 실패까지 맞물리며 경영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흥국생명의 현재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올해 새롭게 시작한 김형표 대표 체제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흥국생명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방위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통제 강화를 내세우며 조직을 정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산 보안·소비자 보호·지배구조 등 핵심 영역에서 잇따라 금융당국 제재를 받으면서 '개별 사고'가 아닌 '통제 실패'가 구조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1년 사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총 세 차례 제재를 받으며 기관주의와 함께 6억9040만원 규모의 과징금 및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문제는 제재의 범위다. 전산, 소비자 보호, 지배구조 등 내부통제의 핵심 축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운영 미숙이 아닌 시스템 전반의 작동 불능 상태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최근 사례인 올해 2월 제재에서는 전산 통제 부실이 드러났다. 프로그램 테스트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서 8건의 전산 오류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고객 계좌에서 1억3000만원이 과다 출금되거나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개인정보 관리도 허술했다. 고객 신용정보 접근 권한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전 직원에 의해 46만여건의 무단 조회가 이뤄졌고, 10만건이 넘는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 없이 보관한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1억24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소비자 보호 영역에서도 문제가 이어졌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변액보험을 판매하면서 적합성 진단 서류 83건을 분실하는 등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해 3억5000만원의 중징계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험료 납입 면제 대상 고객 21명에 대한 처리를 누락해 3760만원을 부당 징수하는 등 기본적인 계약 관리 체계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허점이 확인됐다. 감사위원회에 회계·재무 전문가를 포함해야 하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약 8개월간 위법 상태로 운영된 사실이 적발됐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내부 감시 장치마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처럼 내부통제 전반에서 문제가 잇따르자 흥국생명은 최근 위험관리책임자(CRO)를 신봉열 상무로 교체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사후 인사 조치만으로 누적된 통제 실패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내부통제 조직의 실효성이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직속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며 관리 강화를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1년간 제재가 이어지면서 해당 조직이 실질적인 통제 기능을 수행하기보다 '형식적 기구'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은 현 경영진의 이력과 맞물리며 더욱 아이러니를 낳는다. 올해 선임된 김형표 대표는 흥국생명 감사실장과 준법감시인, 태광그룹 정도경영위원회 지원팀장 등을 거친 '내부통제 전문가'로 평가받아 왔다.
그럼에도 그의 핵심 임원 재직 시절부터 대표 취임 이후까지 전산 보안, 소비자 보호, 지배구조 전반에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의 문제를 단순한 사고의 집합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간에 전산 보안, 소비자 보호, 지배구조(감사위) 등 경영 전반에서 금감원의 징계표를 무더기로 받아들었다는 것은 사내 내부통제 시스템이 겉돌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새로운 위험관리책임자 선임 등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리스크 관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쇄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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