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KT&G가 대대적인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한때 '땅 부자'로 불릴 만큼 부동산 자산이 풍부했지만 저수익·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본업 강화와 주주환원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까지 맞물리며 자산 경량화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KT&G는 2024년 비핵심 자산 매각 계획을 내놓으며 2027년까지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부동산 57건과 금융자산 60건 등 비핵심 자산 전반의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저수익 임대빌딩과 상업용(비영업용) 부동산, 지역 영업기관 등 유휴자산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T&G는 2024년 약 1247억원에 분당타워를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을지로타워를 약 1200억원에 처분했다. 또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은 2450억원에 태광산업에 매각됐다. 이 밖에도 세종타워, 수원·대구 빌딩, 부산 부지 등이 매각 추진 중이다.
KT&G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대표적인 '부동산 부자' 기업으로 꼽혀왔다. 전국 각지의 담배공장과 원료공장 부지를 재개발해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으로 전환하며 임대와 분양 사업을 병행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부문은 꾸준한 수익을 내며 쏠쏠한 현금 창출원 역할을 했다. 2021년 기준 KT&G의 부동산 부문 매출은 710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2.9%를 차지했으며 당시 투자부동산 규모만 1조1510억원에 달했다.
KT&G가 이처럼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부동산 자산을 정리하는 표면적 이유는 본업인 담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회사는 해외 궐련, 궐련형 전자담배, 건강기능식품 등 3대 핵심사업 확대를 위해 부동산·금융자산 매각 대금 약 1조원을 재투자하고 동시에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히 '본업 재투자' 차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산을 장기 보유하기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움직임이 행동주의펀드의 기업가치 제고 압박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부터 행동주의 펀드 FCP는 KT&G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ROE(자기자본이익률) 제고, 비핵심 자산 매각, 주주환원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KT&G는 대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구조로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기업으로 꼽힌다. 실제로 2006년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 연합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은 바 있으며, 당시 KT&G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단행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이번 자산 경량화 추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T&G 관계자는 "자산 매각 작업은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재원을 주주환원과 핵심사업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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