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LG전자가 인공지능(AI)과 플랫폼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략의 중심에는 여전히 생활가전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새 수장으로 생활가전 전문가인 류재철 사장을 LG전자의 CEO로 선택한 것도 기존 가전 사업을 기반으로 AI, 구독, B2B 등 새로운 사업 모델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인사라는 분석이다. 생활가전에서 축적한 기술 경쟁력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류 사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취임 60일차를 맞은 류 사장은 최근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AI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 확대와 함께 생활가전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이 아닌 B2B, AI 등 혁신 기술과 생활 가전의 접목, 구독 사업, 빌트인 등 기존 가전을 기반으로 한 사업 구조 확장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와 서비스까지 결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류 사장은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전사확대경영회의에서도 AI 전환(AX) 가속화를 주문하며 각 조직별 세부 조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X를 기반으로 업무 생산성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B2B 사업, 구독 등 수익성 높은 신사업 비중을 확대해 가전 사업의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안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조주완 전 CEO부터 추진해온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 전 CEO는 '글로벌 전략통'으로 알려진 만큼 임기 당시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손보며 하드웨어 중심 B2C 기업에서 B2B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특히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확대해 새로운 사업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조 전 CEO의 전략 구상을 실제 기술 경쟁력으로 구현할 인물로 류 사장을 낙점했다는 분석이 다. 조 전 CEO가 B2B 확대와 구독 모델 도입 등 LG전자 사업 구조 전환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류 사장은 이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 경쟁력으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평가다. 전략 중심 경영 이후 기술 현장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사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이다. 류 사장은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로 입사해 연구 개발(R&D)과 사업을 두루 경험한 기술 중심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높은 기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35년간 생활가전 사업에서 경력을 이어왔다.
생활가전 사업이 불황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 왔다는 점도 류 사장 선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26조1259억원, 영업이익 1조2793억원을 기록하며 LG전자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이어왔다.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생산지 최적화와 판가 조정, 원가 개선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며 신성장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류 사장이 H&A 사업본부장으로 취임한 2021년 이후 생활가전 사업 매출은 연평균 7% 성장했다. 최근 포화된 가전 시장과 경기 불황 속에서도 북미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LG전자의 생활가전 경쟁력을 지켜왔다는 평가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가전 수요가 둔화하고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룹 차원에서도 사업의 기초체력과 근본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 연간 영업이익 첫 3조원을 돌파하며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47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매출은 89조200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둔화된 모습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변동성이 커진 시장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경쟁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전 CEO가 전략통으로서 LG전자 사업 구조 전환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류 사장은 기술적 토대 위에서 이를 실행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기업의 기초체력은 결국 기술 경쟁력에서 나오는 만큼 엔지니어 출신 CEO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그룹이 전통적으로 전략·재무 출신과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을 번갈아 전면에 내세우며 조직 균형을 맞춰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LG전자 인사 흐름을 보면 전략 전문가로 불린 남용 전 대표 이후 기술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구본준·조성진 전 대표가 선임됐다. 이후 권봉석·조주완 등 전략 전문가 출신 경영진을 거친 뒤 엔지니어 출신인 류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생활가전을 기반으로 한 성공 경험을 AI와 플랫폼 서비스,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사업 모델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류 사장의 과제로 꼽힌다. AI와 플랫폼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이 추진되는 가운데에서도 생활가전 사업이 여전히 LG전자 수익 기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신사업 확장을 동시에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다른 관계자는 "AI를 중심으로 전자·IT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기존 가전 중심 사업에서 축적한 역량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영 성과를 가를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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