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단순히 정보를 생성하던 챗GPT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AI)이 물리적 실체를 입고 산업 현장을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AI가 소비자거래(B2C) 영역에서 '디지털 비서' 역할을 수행해왔다면 이제는 기업간거래(B2B) 영역으로 확장돼 산업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해운·항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선박 안전관리와 항만 운영 자동화를 중심으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산업 전문 AI 업체 글로브에이아이(GlobeAI)는 안전 모니터링 및 이상탐지 솔루션 딥아이즈(Deep Eyes)와 기업 내부 대화형 AI 플럭스(FLUX)를 앞세워 해상 안전부터 항만 운영, 선사 내부 행정 업무까지 아우르는 통합 AI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교수인 우수한·임창원 공동대표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글로브에이아이는 AI를 해운 현장에 이식하며 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앞당기고 있다. 딜사이트는 지난 10일 두 대표를 만나 사업 경쟁력과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 안전사고·졸음 실시간 감지…대형선 사각지대 해소
글로브에이아이의 주력 솔루션인 딥아이즈는 AI 영상 분석 기능이 탑재된 CCTV를 통해 선원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선박이 워낙 커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쉬운 대형 선박의 한계를 AI 영상 분석으로 극복한 것이다. 선내 화재나 선원의 안전사고 등 위험 상황을 스스로 포착해 즉각 알람을 보내는 방식이다.
해당 솔루션은 2024년부터 국적 선사인 HMM의 선박 6척에 도입됐다. GS칼텍스 자회사인 상지해운에도 적용했다. 이 외에 부산 신항의 주요 터미널인 PNC(2부두), HJNC(3부두), BNCT(5부두) 등 항만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우 대표는 "선내 화재나 선원 안전사고, 외부 침입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선박 지휘 공간인 선교에서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나 암모니아·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 유출을 인식하는 기술까지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남성해운과 사내 대화형 AI 개발…규정 확인·요율 조회 척척
또 다른 핵심축인 플럭스는 기업 내부 데이터를 학습한 사내 전용 대화형 AI다. 글로브에이아이는 지난 1년간 남성해운과 협력을 통해 해운업의 복잡한 실무 지식을 집약한 맞춤형 솔루션을 완성했다. 특히 오픈소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기업 자체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에 구축돼 정보 유출 우려가 없다. 이를 통해 대리점 요율이나 정산 내역 같은 핵심 데이터가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 외부로 유출될 우려를 차단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우 대표는 직접 시연 영상을 통해 플럭스의 성능을 증명했다. 실제 "부산에서 일본 고베까지 배터리 선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AI가 단순히 문서를 찾는 것을 넘어 선사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판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플럭스는 "자사 선박은 가능하지만 공동 운영(얼라이언스)하는 타사 선박의 선복에는 올릴 수 없다"고 실무적인 답변을 내놨다. 외부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 웹 검색을 병행해 답변을 제공하기도 한다.
임 대표는 "글로브에이아이는 남성해운과의 협업으로 해운업 특유의 복잡한 업무 맥락을 AI에 학습시키는 노하우를 쌓았다"며 "이제는 이를 표준화해 다른 선사뿐 아니라 병원 등 타 산업군에도 3개월 내 사내 전용 대화형 AI를 구축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임 대표는 "LLM에 해운 산업의 복잡한 업무 흐름과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의 맥락을 이해시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귀띔했다. 우 대표도 "많은 기업이 AI를 활용하고 싶어도 무엇부터 시작할지 몰라 막막해하지만 결국 사내 데이터가 돌아가는 LLM이 기본 토대가 돼야만 그 다음 단계인 에이전트 AI로 나아갈 수 있다"며 "모든 업무를 AI가 수행하게 하려면 '기본 판'을 깔아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브에이아이의 다음 목표는 영상 분석 기술과 LLM의 결합이다. 터미널, 선박 내 위험성을 스스로 평가하는 솔루션을 프로토타입(시제품)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우 대표는 "LLM이 터미널 전체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패턴을 파악하고 자동 대응 명령까지 내리는 '현장+사무'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임 대표는 "학계의 최신 연구 트렌드와 산업 현장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이러한 기술이 해운·물류 분야에 실질적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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