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산업은행은 국적 선사 'HMM' 처리 문제와 관련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을 서두르기보다 본사의 부산 이전을 선결 과제로 삼는 방향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이번 정권 들어 금융당국으로부터 HMM 주가가 자본적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치를 확보하면서 당장 매각에 나서야 할 재무적 압박이 완화된 데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해양수도 부산' 구상에 보조를 맞추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역대 산은 수장들이 HMM 매각을 최우선 과제로 거론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의 지난 4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75% 오른 2만4500원까지 치솟았다가 16.33% 내린 2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 해상 물류 차질 우려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운임 상승 기대가 커졌고, 이에 따라 해운주 전반이 단기 급등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HMM 주가는 최근 1년여 동안 2만원 선을 전후로 박스권에서 횡보해왔다.
그동안 산은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비조치의견서를 받아내기 전까지 HMM 주가 급등락에 따른 자본건전성 변동성에 시달려왔다.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은 회계상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반영되는데, 주가가 상승하면 지분 평가액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 규모도 함께 증가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구조다.
반대로 HMM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지분법 평가손실이 발생해 순이익이 줄고, 이는 자본 감소로 이어져 BIS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산은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자본비율 변동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산은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BIS비율 산출 시 HMM 지분을 일정 기간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의 비조치의견서를 발급받으면서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당국이 관련 사안에 대해 제재하지 않겠다는 유권해석을 공식화한 문서로, 이에 따라 산은은 2028년까지 약 3년간 HMM 지분을 둘러싼 자본비율 변동 부담에서 한시적으로 벗어나게 됐다.
산은 관계자는 "지난해 금감원 비조치의견서를 받으며 3년 정도 HMM 주가 급등락에 대한 위험가중자산 적용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HMM 주가 급등락에 따른 자본적정성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임 회장들이 재임 기간 내내 BIS 비율 변동성 문제를 이유로 HMM 매각을 시급 과제로 제시했던 것과 대비된다.
박 회장 취임 직전까지 재임했던 강석훈 전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HMM 주가가 1000원씩 움직일 때마다 산은의 BIS비율이 약 7bp(1bp=0.01%포인트) 변동한다"며 "전문 경영이 가능한 주인을 찾아 경영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매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자본비율 관리가 최우선 과제였던 만큼, 주가 변동성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해소하려 했던 셈이다.
그 이전 이동걸 전 회장 재임 시기에는 해운업 슈퍼사이클 진입에 따른 HMM 주가 급등과 영구채 전환 이슈가 맞물려 있었다. 2017~2022년 동안 산은을 이끈 이 전 회장은 산은의 HMM 보유 지분이 늘어나자 '단계적 매각' 방침을 세우고 유관기관과 협의를 이어갔다. 지분 비중이 커질수록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된다는 점에서 출구전략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박 회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원론적으로 HMM을 매각해서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바람직한 추진 방향"이라면서도 "당장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고, 부산 이전이 완료된 다음에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적 부담이 완화된 상황에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산 이전'에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해양수도 부산' 조성에 화답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중앙대 동문으로 상당히 가까운 인연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동남투자공사 설립, 해사전문법원 설치와 함께 HMM 본사를 부산에 두겠다는 구상을 재차 언급했다. HMM 부산 이전 세부 일정은 오는 4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공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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