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한국판 롯폰기힐스'로 불리는 세운지구 재개발을 둘러싼 정책 혼선이 한호건설에 직격탄이 됐다. 서울시장 교체에 따라 세운지구 재개발 정책 기조가 수차례 뒤바뀌면서 민간 개발사업자인 한호건설에 구조적 리스크가 전가됐고 그 결과 사업성은 크게 훼손됐다.
한호건설은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토지를 매각하며 결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을 맡고 있는 세운3구역과 세운6-3구역 역시 서울시장 교체 때마다 사업 방향이 수정되며 장기간 표류했고 그 과정에서 금융비용과 사업 지연에 따른 원가 부담이 누적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호건설은 지난 20년간 세운지구 내 14개 사업장을 복합 개발해왔다. 이 가운데 사업이 집중된 곳은 주로 세운3구역과 세운6-3구역이지만, 전체의 절반가량은 아직 완공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 세운지구 14곳 중 절반 미완…정책 기조에 사업 구역 "붙였다 떼었다"
현재 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구역은 ▲세운3-2·3구역 ▲세운3-8·9·10구역 ▲세운6-3-3구역으로, 모두 프라임 오피스 건립을 목표로 한 사업장이다.
세운3-2·3구역은 지하 9층~지상 36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 2개 동을 짓는 사업으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리지론 연장을 거듭하며 자금 압박을 받아왔고 한때 브리지론(토지비 대출) 연장 거절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말 가까스로 본PF 전환에 성공하며 사업비를 마련했다.
세운3-8·9·10구역은 여전히 브리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수목적법인(SPC)인 하이브리드세운으로부터 133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을 조달했으며 금리는 연 10~16% 수준이다. PF 전환이 지연되면서 불어난 이자비용 부담만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세운6-3-3구역은 지하 8층~지상 32층 규모로, 업무시설 1개 동과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 증가 등을 이유로 주상복합 분양을 포기하고 오피스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해 새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도시형생활주택 단지 '세운 푸르지오 더 보타닉' 건설을 계획했으나 사업성 악화로 2024년 오피스 건설로 선회했다.
이 같은 지연의 배경에는 정책 변화와 규제 강화, 사업성 저하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서울시 행정 기조와 도시정비 정책이 정권·시장 교체 때마다 바뀌면서 개발 방향의 일관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통합개발과 개발 유보, 소규모 분할 개발, 보존 중심 재검토 등 상반된 정책이 순차적으로 적용되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혼선이 이어진 것이다.
◆ 서울시가 쥔 개발 키, 민간이 떠안은 비용…한호건설 세운지구의 역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호건설이 정책 변동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서울시 정책 기조 변화가 이어지는 동안 고금리와 원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추진해온 세운지구 사업 가운데 절반가량이 아직 완공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비용과 원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결과 사업성은 크게 훼손됐고 민간 개발사업자가 정책 혼선의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미완성 사업장의 부담은 더욱 크다. 사업을 완성하더라도 이미 누적된 금융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 준공 이후에도 사업성이 회복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여기에 미분양 등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운3-2·3구역 역시 박원순·오세훈 시장 재임 기간 동안 정책 변경이 반복되며 인허가가 지연됐다. 이로 인해 고금리 브리지론을 수차례 연장했고 개발원가는 평당 350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인근 오피스 빌딩인 을지트윈타워의 지난해 말 기준 분양가가 평당 25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성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세운3-8·9·10구역은 오피스 과잉공급과 사업성 악화로 2021년 3월 이후 4년째 PF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브리지론 대출금 1330억원에 적용된 연 이자율은 10~16%로, 연간 이자비용만 133억~213억원 수준에 달한다. 중간값 기준으로만 계산해도 연 170억원 안팎이다.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4년간 부담한 이자비용만 약 680억원에 이른다.
세운6-3-3구역은 주상복합 분양을 포기하고 업무시설로 변경해 공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 지연으로 공사비는 평당 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급등했다. 금융비용 역시 금리 5%대에서 8~9%대로 상승했다.
실제로 세운3구역을 주로 맡고 있는 시행사 디블록파트너스의 이자비용은 2021년 237억원에서 2022년 243억원으로 소폭 늘어난 데 이어 2024년 424억원, 지난해에는 552억원으로 급증했다.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금융비용 부담이 누적되며 사업성 훼손이 가속화된 것이다.
세운지구는 서울시 소유 토지가 아닌 민간 토지로 구성된 지역인 만큼, 사업 구조상 민간 개발 방식이 불가피했다. 공공이 직접 개발에 나설 경우 토지를 매입해 추진해야 하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수십 년간 민간 소유로 형성된 지역을 공공 개발을 전제로 추진할 경우 민간 토지 소유자들이 토지를 내놓을 유인 역시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서울시는 개발 방향의 키를 쥐고 정책 결정을 주도했지만, 실제 사업비 부담과 토지 매입, 금융비용 등은 민간 사업자가 떠안는 모순적인 구조가 고착화됐다. 그 결과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고스란히 민간으로 전가됐고 한호건설의 손실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해당 부지는 서울시 소유가 아닌데다 공공이 모든 토지를 매입해 공공 개발하기에는 재정적 한계가 있다"며 "여기에 공공 개발에 대한 기존 토지주들의 의식까지 맞물리면서 애초 민간 개발 방식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업은 정책 기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사업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가 건축비와 이자비용을 감당하며 피해를 떠안은 셈"이라며 "처음부터 공공 개발을 전제로 했다면 토지를 서울시 소유로 확보해 서울시가 직접 개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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