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산업통상부가 화학산업협회와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대응을 위한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석유화학 구조조정 '발목 잡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 속에서 대규모 인력 재배치, 감축이 불가피한 만큼 파업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정부와 협회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경영상 판단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이유로 노란봉투법이 석유화학 산업 재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력 산업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정부 쪽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통상부와 화학산업협회가 지난 7일 노란봉투법 대응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세미나 방식은 아니고 노란봉투법 관련 회의를 연 것은 맞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는 중국발 과잉공급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상황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정부 주도로 최대 370만톤(t)의 나프타 분해시설(NCC) 통폐합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구조 개편 방향에는 고용 영향 최소화가 담겨 있지만 산업 리밸런싱 국면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1위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부문과 첨단소재부문 모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직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제적인 인력 감축으로도 평가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50%씩 지분을 들고 있는 여천NCC의 경우 90만톤 캐파의 여수 1공장 또는 2공장까지 가동 중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가동이 정지돼 있는 50만톤의 3공장에다 1공장 또는 2공장까지 멈추면 구조조정의 폭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인력 재배치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되 희망퇴직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해고는 최후 수단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여천NCC에 구조조정에 관한 지침은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오는 3월10일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이 리밸런싱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구조 개편의 원칙으로 고용 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규모 NCC 통폐합 과정에서 인위적인 인력 조정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정 기업의 NCC 설비를 선택적으로 셧다운할 경우 구조조정을 둘러싼 기업 간 이해관계 조율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에 따라 경영상 판단에 따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이유로 한 파업이 가능해지면서 생존의 갈림길에 선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이 법 시행 이후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외국기업 에쓰오일의 고통 분담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쓰오일은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 '샤힌'으로 울산 단지에 180만톤의 에틸렌을 쏟아낼 예정이다. 국내 기업은 자발적으로 NCC 통폐합에 나서며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산업부도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에 이렇다 할 제동을 걸지 않는 형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가 에쓰오일에 특혜를 주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집토끼는 죽이고 산토끼는 살리는 꼴이다"고 비판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용 안정을 최대한 지키라는 기조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내부 전환배치와 희망퇴직을 병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NCC 감축 목표를 감안하면 인위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쪽 설명을 듣기 위해 산업통상부 화학산업팀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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