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이후 디지털 전환 의지를 다지자 신한벤처투자가 그룹 블록체인 사업의 핵심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선봉장으로 나섰다. 전통 금융의 틀을 깨고 블록체인을 미래 금융의 필수 인프라로 정의한 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되면서 신한벤처투자는 유망 블록체인 기업을 발굴하고 그룹에 이식하는 SI(전략적 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최근 신한벤처투자에 블록체인 기반 신사업을 뒷받침할 기술 기업 발굴 강도를 높일 것을 재차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인 디지털 자산 기본법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화하자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특히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법제화 재추진 의사를 밝히고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테스트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그룹 차원에서 민간 블록체인 인프라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신한벤처의 투자 실무는 최성일 전무가 이끄는 시너지투자본부가 전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너지투자본부는 지난 2023년 그룹 내 산재했던 투자 기능을 통합해 신설된 조직으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딥테크 기업 투자에 집중해 왔다. 본부 신설과 함께 신한캐피탈이 운용하던 2700억원 규모의 SI 펀드 '신한하이퍼커넥트투자조합1호'도 신한벤처투자로 넘어왔다. 단순한 자산 이관이 아니라 초기 스타트업 발굴에 특화된 VC의 역량을 활용해 그룹의 미래 사업 모델을 직접 설계하겠다는 진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하정희 상무가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아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벤처투자가 2023년 단독 투자를 진행한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블록체인글로벌은 그룹이 진행하는 로드맵의 주축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글로벌은 시리즈A와 후속 투자를 유치한 이후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 시범 사업인 '프로젝트 펄스'를 운영하며 기술력을 증명했다. 프로젝트 펄스는 조각투자 사업자나 발행사가 토큰증권을 손쉽게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플랫폼 인프라다. 제도화 지연으로 인해 한때 사업 속도가 주춤했지만 최근 신한금융이 이를 가상자산 지갑 및 수탁 서비스로 확장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그룹 내 블록체인 허브로서 역할이 다시 주목받는다.
진옥동 최근 3년간 공식 석상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채권 그리고 AI 에이전트를 미래 금융을 지탱할 3대 축으로 꼽으며 블록체인 기술의 내재화를 독려해 왔다. 진 회장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선두 주자인 써클(Circle)의 히스 타버트 사장과 직접 만나 디지털 결제 시스템 도입을 논의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도 공을 들여왔다. 이는 국내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춰 언제든 글로벌 표준 기술을 신한의 결제망에 도입할 준비를 하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진옥동 회장의 역점 사업인 배달 플랫폼 땡겨요 역시 블록체인 기술의 실증 실험장으로 여겨진다. 신한금융은 땡겨요 결제 시스템에 원화 기반 코인을 도입하기 위한 기술 검증(PoC)에 착수해 스테이블코인의 실무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땡겨요 내 포인트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거나 낮은 수수료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환경을 구축해 플랫폼 수익성을 개선할 구상이다. 이용자 락인(Lock-in) 효과도 극대화한다는 전략인데, 향후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경우 즉시 신한발 디지털 자산을 상용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VC 관계자는 "진 회장은 블록체인이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은행의 계정계 시스템을 혁신할 핵심 도구라 본다"며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하는 시점에 신한벤처의 포트폴리오가 그룹의 디지털 경쟁력을 결정짓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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