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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정부와 대척점…샤힌 프로젝트 '감산 딜레마'
이승주 기자
2025.12.26 09:05:12
180만톤 캐파 에틸렌 공급 과잉 부추겨, 고효율 시설 평가에 감산 불투명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 07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제공=에쓰오일)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정부가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에틸렌 생산시설 25% 감축을 목표로 잡고 석화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반면 에쓰오일은 내년 하반기 샤힌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가동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에쓰오일의 행보가 '질적 고도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양면적인 특성을 지닌 탓에 정부는 샤힌 프로젝트 '감산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국내 석화업계는 이달 19일 산업통상부에 3대 석화단지(여수·충남 대산·울산) 구조조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석화산업 구조개편의 첫 번째 단계로 최대 370만톤(t)의 에틸렌 생산설비 감축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산업부는 올해 연말까지 데드라인을 정하고 석화업체들의 자발적인 구조개편 동참을 유도했다. 이와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 재무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3대 방향성도 제시했다.


에틸렌 생산설비 감축이 첫 번째 단계로 꼽힌 이유는 에틸렌이 석화 공정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기초 유분이자 '산업의 쌀'이라는 점에서다. 중국이 지난 3년간 2500만t에 달하는 에틸렌 설비를 증설하고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현재 국내 기업들은 석화공정의 기초인 에틸렌 단계서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달 기준 135달러로 손익분기점(BEP)인 300달러를 크게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번 재편안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우선 정부의 목표치는 충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수산단에서는 여천 NCC 1공장과 2공장(총 181만5000t), 롯데케미칼 여수공장(123만t)의 폐쇄 방안이 논의됐고 대산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110만t 규모의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폐쇄하는 재편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산업부도 각종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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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단지 별 에틸렌 생산 능력(그래픽=오현영 기자)

다만 울산산단은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울산산단 3개사(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재편안을 제출했지만 이달 22일 석화업계 사업재편 간담회에서도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아람코가 약 9조3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와 TC2C 시설, 폴리머 공장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특히 아람코의 TC2C 공정은 석화원료 수율을 최대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석화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여겨진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되는 에틸렌은 원가 경쟁력은 물론 그 규모만 해도 연간 180만t 에 달한다.


문제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양적 감축'이라는 정부 목표의 대척점에 있다는 점이다. 실제 에쓰오일 측은 정부 주도의 구조개편이 단순 에틸렌 감산보다는 '산업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샤힌 프로젝트를 통한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 주도의 에틸렌 생산시설 감축이 30년 이상 노후화된 NCC 설비의 퇴장과 고효율 신규 설비의 신규 진입이 맞물린 결과라는 의미다.


이에 정부도 샤힌 프로젝트 감산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현재 업계에서는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는 2027년부터 연간 50만t의 공급 과잉이 발생해 연간 44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샤힌 프로젝트가 석화산업 구조개편 방향성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에쓰오일의 행보를 제재할 명분이 없다.


샤힌 프로젝트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경제 협력을 상징하는 핵심 사업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후 무리한 감축 요구는 외교적 문제만을 야기시킬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직접적으로 생산량을 통제할 경우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투자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석화산업 구조개편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본격적으로 조정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샤힌 프로젝트 증산에 대한 해결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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