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정부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대산 1호 프로젝트'를 승인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사업재편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시장 자율적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결국 기업들의 자구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조치가 향후에도 기준점이 되는 만큼 후속 사업재편 과정에서 형평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이 제출한 '대산 1호 프로젝트'를 승인한다고 25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롯데케미칼은 대산 사업장을 분사시킨 후 현대케미칼과 합병해 NCC 및 다운스트림 설비를 통합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통합 신설법인에 총 1조2000억원 규모(각 6000억원)의 증자 나서고 이후 현대케미칼의 지분구조는 기존 6:4에서 5:5로 조정된다.
정부는 2조1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지원패키지를 가동한다. 우선 최대 2조원의 금융지원에 나선다. 가동중단 설비 손상처리에 따른 부채비율 급증을 막기 위해 영구채 전환에 최대 1조원을 지원하고 설비통합 및 고부가 전환을 위한 신규자금 지원 1조원도 투입한다.
세제부담도 큰 폭으로 줄인다. 기업 분할·합병 및 자산의 취득 등 사업재편을 위한 구조변경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련된 지방세 부담, 설비가동 중단 및 자산매각 등과 관련된 법인세 부담을 완화한다.
정부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원활한 사업재편 추진을 위해 기업결합심사 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공정거래법상 특례를 신설한다. 사업재편 이전에 취득한 인·허가 사항을 다시 취득해야 할 경우 관련 절차 완료 전까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인·허가 절차도 합리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지원안이 시장 자율적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기보단 후방지원에 나선다는 정책 프레임을 명확히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자구적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책 수혜에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자구적 노력을 보인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이번 지원안으로 재무건전성에 숨통이 트일 예정이다. 특히 2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수혜를 입을거란 시장의 관측이 나온다. 실제 HD현대케미칼의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372.3% 수준이다. 부채 1조원이 영구채로 전환되면 단순계산 시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167.1%로 205.2%포인트(P)나 하락하게 된다. 여기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증자까지 진행될 경우 부채비율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부채비율 하락은 신규 자금조달 과정에서 이자율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실제 HD현대케미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자 지급액은 1394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같은기간 순손실을 4093억원까지 키우는 원흉이 됐다. 부채비율 하락에 따른 금융비용 감소, 전기료 및 연료비 절감과 세제 혜택이 더해지면 사업재편기간(3년) 이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향후 불거질 수 있는 형평성 논란은 경계할 부분이다. 롯데케미칼이 110만톤(t) 규모의 NCC를 폐쇄하기로 했지만 아직 정부의 목표치 370만t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후속 사업재편 과정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나 다른 산단에도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6000억원의 현금 출자가 어렵거나 합작사 간 갈등이 있는 산단의 경우 정책 수혜에서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부처 여러 기관이 협력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고무적이다"라며 "향후 프로젝트에도 기업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어보이지만 후속 사업재편에서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라며 "정부가 다른 산단 기업들에게도 2조 규모의 금융지원을 할 수 있을지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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