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들과의 첫 간담회 자리에 홈플러스 이슈에 휩쓸린 MBK파트너스 외에 국내 대형 하우스인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제외했다. 스틱은 최근 창업주인 도용환 회장이 용퇴를 공식화한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와의 갈등을 겪으면서 지배구조 문제를 겪고 있어 당국이 자칫 기존 경영진 측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20일 이찬진 금감원장 주재 하에 PEF 운용사 대표 10여 명과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국내 5대 하우스 가운데 하나인 스틱에는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간담회에는 황선오 자본시장·회계 부원장도 참석할 예정인데 이찬진 원장 취임 후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첫 공식 자리라는 점에서 토종 대형사인 스틱인베의 부재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금감원은 현재 참석 운용사를 직접 선정해 통보하는 중으로 MBK파트너스 역시 이번 간담회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을 앞두고 채권을 발행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 제재심의위원회 결론이 올해 초로 미뤄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제재 수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MBK를 초청할 경우 간담회가 수사 해명 자리로 변질되거나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릴 수 있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것이다.
반면 별도의 제재심이나 수사 대상이 아님에도 토종 대형 PEF 운용사인 스틱 역시 이번 초청 명단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로는 창업주인 도용환 회장의 은퇴 결정으로 불거진 리더십 공백 우려와 함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진영과의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스틱을 대상으로 차세대 리더십 승계 계획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 마련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얼라인파트너스는 스틱인베 지분 7.63% 보유 중으로, 미리캐피탈(13.48%)과 페트라자산운용(5.09%) 등 범 행동주의 운용사들의 지분율까지 합치면 총 26.20%로 파악된다. 도용환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 총합이 19.07%라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행동주의 측이 지분율 측면에서 이미 역전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최근 도용환 회장은 주요 구성원들에게 용퇴 시점을 공식화하면서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정점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 회장의 빈자리를 곽동걸 부회장이 당분간 메울 것으로 보이나 차세대 리더로 꼽히던 도용환 회장의 둘째 아들 도재원 이사는 지분율이 0.04%에 불과해 행동주의 진영의 공세를 방어하며 승계하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스틱의 투자역 가운데 가장 유명한 채진호 PE부문 대표 역시 그간 차세대 리더로 거론되었으나 최근 그로쓰캐피탈과 크레딧 본부가 PE와 동일하게 부문으로 격상되면서 확고한 장악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얻는다. 결국 전문성이 핵심인 투자업계에서 승계 구도가 안개 속에 빠진 데다 행동주의 진영의 압박까지 거세지며 지배구조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스틱이 이번 간담회 명단에서 빠진 건 리더십 승계 계획 등을 두고 주주 간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금감원은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선 긋기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모펀드의 책임 경영과 투명한 거버넌스를 강조해야 하는 이 원장 입장에서 정작 내부 거버넌스 이슈가 정리되지 않은 채 리더십 공백 우려까지 더해진 하우스를 공식 대화 상대로 앉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스틱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 속에서 경영 안정성을 마련하지 못한 점을 질책받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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