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장기간 지속된 내수 부진과 고환율 등의 여파로 시름을 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채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막막한 대외환경 속에서 유통업계는 부동산 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본업 부진으로 떨어진 체력을 만회하기 위한 든든한 안전자산 마련이 목적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최근 국내 유통기업들의 다양한 부동산 투자와 운용전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하림산업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예정 부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무제표상 숫자만 놓고 보면 눈에 띄지 않지만 양재동 부지는 하림산업의 실질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자산이자 향후 레버리지를 통한 자금 동원의 주요 전력으로 평가된다.
하림산업은 서초구 양재동 225번지 일대 약 8만6000㎡(2만6015평) 규모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을 위해 2016년 4525억원에 매입한 곳이다. 해당 토지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지구로 지정됐지만, 각종 인허가와 계획 변경을 거치며 10년여의 시간이 지났다다. 지난해 8월 서울시가 개발계획 변경을 승인·고시하면서 현재는 건축심의만 통과하면 착공이 가능한 단계에 들어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양재동 부지의 자산가치다. 2024년 말 기준 하림산업 재무제표에 반영된 해당 토지의 장부가액은 4955억원으로, 매입가와 큰 차이가 없다. 하림산업이 유형자산의 역사적 원가를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어서다. 원가법에서는 취득 원가에 자산의 취득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출을 더해서 장부가액을 산출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바라보는 가치는 장부가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만 해도 이미 8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2024년 기준 양재동 부지의 탁상감정 평가액은 1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 감정평가액은 아니지만 장부가 무려 1조원 이상 괴리가 존재한다. 양재동 부지를 두고 재무제표 상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하림산업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만한 '숨은 자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재무제표 상에는 양재동 부지의 가치가 1조원 이상 누락된 셈인데 누락된 가치의 의미는 하림산업의 재무 상황을 함께 놓고 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하림산업은 최근 10년간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이어왔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5600억원에 이른다. 그 결과 자본총계는 2016년 47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2300억원까지 줄었다. 10년 동안 부채는 빠르게 불어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총계가 1조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은 429%에 달했다.
매년 적게는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5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상증자를 통해 하림산업에 투입되고 있지만 순손실이 계속되는 탓에 재무건전성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는 2024년 말 무려 65%까지 치솟았다. 하림산업의 전체 자산이 1조457억원인데 차입금 규모가 자산의 65%에 해당하는 6800억원에 이른다.
하림산업의 현금흐름은 수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자체적 현금 창출능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사실상 차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무제표상 수치만 놓고 보면 재무 부담이 상당하지만 양재동 부지가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2025년 1월 말 기준 양재동 부지에 설정된 담보금액은 6306억원으로 집계됐다. 담보의 장부가액은 4955억원에 불과한데 담보 설정 금액이 6000억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담보는 채무자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채권자는 원리금이 제 때 상환되지 않으면 담보를 처분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보통 자산 가치의 70% 정도를 안전한 담보비율로 평가한다. 담보 설정금액이 장부가액을 넘어섰다는 것은 장부가액에는 반영되지 않은 양재동 부지의 가치 상승분이 담보로 인정되고 있다는 뜻이다. 대규모 차입을 일으키는 등 하림산업의 재무전략에 있어서 양재동 부지의 실제 가치가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림산업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번지 일대면적 8만6000㎡(2만6015평) 토지에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하8층~지상 58층 규모의 첨단물류시설과 업무시설, 숙박시설, 상업 및 지원시설 등 복합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파트 998세대, 오피스텔 972실 등 주거시설 조성 계획도 포함된다. 강남권역에 위치한 양재동 부지의 입지적 요소와 개발계획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주거시설 분양 등을 통해 조 단위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도시첨단물류단지 계획 변경에 대한 승인 고시가 있었고 지금은 건축심의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등 관련 인허가 절차를 진행한 뒤 올해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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