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정부가 150조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위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정책펀드 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출자에만 규제 특례가 적용될 경우 기존 정책펀드의 민간 자금 유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하는 은행 자금에 대해 RWA를 기존 400%에서 100%로 낮출 계획을 세웠다. 은행이 사모펀드(PEF)나 벤처펀드에 출자할 경우 일반적으로 40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받는데 정책목적 펀드에 한해 규제를 완화해 민간 자금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바젤협약에 따라 은행은 일정 비율의 자기자본비율(BIS)을 유지해야 한다. BIS는 자기자본을 RWA로 나눈 수치로 위험가중치가 높을수록 같은 규모의 투자라도 더 많은 자기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펀드 출자가 대출보다 자본 부담이 큰 투자로 평가된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규제 특례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정책자금을 마중물로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총 150조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다. 민간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은행 등 금융기관 출자로 채워야 하는 만큼 금융권에서는 RWA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는 "특정 경제분야 지원을 목적으로 정부가 투자금액에 대하여 보조하고 정부의 감독 하에 지분율이나 투자지역 등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는 법적 절차에 따른 주식 등을 보유한 경우에는 10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현재 예외조항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마련하는 단계로 전해진다.
문제는 유사한 정책 목적을 가진 다른 정책펀드에는 동일한 규제 완화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벤처·중소기업 투자를 위해 조성되는 모태펀드나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펀드에는 기존 RWA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를 테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운용하는 성장사다리펀드,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출자에는 여전히 40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참여하는 펀드 역시 별도의 규제 특례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책자금 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동일한 정책펀드라도 RWA 부담이 낮은 국민성장펀드에 자금을 배정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출자하는 펀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가 크게 차이나면 자금이 특정 펀드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국민성장펀드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존 정책펀드와의 형평성 문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 차이가 장기적으로 정책펀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한다.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RWA 완화가 시행될 경우 은행 자금이 해당 펀드로 집중되면서 기존 정책펀드의 민간 출자 유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책목적 펀드 전반에 대한 규제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 목적이 유사한 펀드라면 일정 수준의 규제 특례를 동일하게 적용해 민간 자금 유입 구조를 일관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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