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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로 자산 만들고, 자산 팔아 현금 만든다…피플바이오의 위험한 구조
민승기 기자
2026.04.24 09:00:18
983억 부동산 거래로 지표 개선…실상은 유동성 방어용 '시간 벌기'
이 기사는 2026년 04월 23일 15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플바이오 주요 재무지표. (그래픽=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투자주의 환기종목에서 해제된 '피플바이오'가 실질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회계 구조를 활용한 지표 개선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정' 의견 등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며 환기 딱지를 뗐지만, 현금 유입 없이 부동산을 사고 이를 다시 매각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버티고 있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플바이오는 이달 초 감사보고서를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적정' 의견을 수령하며 환기종목에서 공식 해제됐다. 벤처기업 및 이노비즈(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을 획득하면서 한국거래소 소속부도 환기종목에서 벤처기업부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내부통제와 형식적 요건 충족에 따른 조치로, 수익성이나 현금창출력 개선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평가다.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제시된 것은 983억원 규모의 대치동 토지 및 건물(유한회사 휴먼데이타 소유) 양수다. 이는 자산총액(271억원)의 3배를 넘는 규모다. 하지만 거래 구조를 들여다보면 실제 현금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피플바이오는 계약금 및 중도금 356억원을 제8회차 영구전환사채(CB) 발행 대금과 상계 처리했다. 영구전환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본잉여금은 771억원에서 112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잔금 627억원은 해당 부동산에 설정된 채무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충당했다. 현금 대신 자본성 증권과 부채 인수를 활용해 대규모 자산을 장부에 편입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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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방식은 외형상 자본 확충과 자산 증가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다만 실질적으로는 현금창출력 개선 없이 재무지표만 개선되는 측면이 있어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특히 본업 투자와 무관한 부동산 자산 확대라는 점에서 내실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주목되는 부분은 자산과 부채 인식 시점의 차이다. 피플바이오는 정정 공시를 통해 부동산 등기일을 4월 7일로 확정하며 983억원 규모의 유형자산을 장부에 우선 반영했다. 반면 627억원 규모의 채무 승계 시점은 6월 30일로 설정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자산 증가 효과가 먼저 반영되고, 부채 증가에 따른 재무지표 악화는 뒤로 밀리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재무비율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거래의 목적은 더욱 명확하다. 피플바이오는 해당 부동산을 취득한 직후 '상반기 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사용 목적이 아닌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피플바이오는 건물 매각을 통해 약 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채무 역시 매수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이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본성 증권으로 자산을 확보한 뒤 이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구조다.


이 같은 전략은 반복된 시도이기도 하다. 피플바이오는 지난해 11월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약 890억원 규모의 부동산 양수를 추진했으나 철회한 바 있다. 이후 거래 규모를 키워 같은 구조를 다시 꺼내 든 것은 그만큼 유동성 압박이 지속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재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피플바이오의 현금성 자산은 8099만원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임직원 급여 등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0억원 규모의 소액 유상증자까지 단행했다. 사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자마자 다시 매각해 현금화하려는 배경 역시 이러한 유동성 한계와 맞닿아 있다.


외부 감사인은 '적정' 감사 의견을 부여하면서도 감사보고서에 별도로 "연결실체의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누적 결손금 950억원, 3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흐름 유출 등을 고려할 때 기초적인 수익창출 구조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판단이다. 형식적 감사의견과 실질적 생존 가능성 사이의 괴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향후에는 지배구조 리스크도 부각될 수 있다. 이번에 발행된 영구전환사채는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구조다. 전환 시 발행되는 신주는 3272만주로 기존 발행주식의 59.99%에 달한다. 거래 상대방이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단숨에 최대주주 지위 확보도 가능한 수준이다. 전환가액이 1088원으로 낮아 향후 주가 상승 시 대규모 오버행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재무구조 개선 수단이 동시에 지배구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구조의 성패가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매각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내 매각이 성사되면 일정 수준의 현금 유입이 가능하지만, 매각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600억원대 채무가 재무제표에 반영되며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추가적인 증자나 차입이 불가피해지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피플바이오는 현금 지출 없이 채권으로 건물을 사고, 그 건물을 팔아 현금을 만드는 복잡한 재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특히 자산 규모의 3배가 넘는 거래를 채무 승계 방식으로 진행한 만큼, 상반기 내 사옥 매각이 불발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피플바이오 측은 자금 구조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1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최소한의 운영자금 준비는 마무리됐고, 자산 유동화를 통한 내부 현금흐름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마련 없이도 안정적인 자금구조를 갖출 예정"이라며 "자산 유동화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까지 대비해 SI 등과도 전략적 투자를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영구전환사채가 전량 전환될 경우 경영권 보호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나 약정 여부에 대한 언급은 어렵다"면서 "다만 이번 건은 단순한 재무적 거래가 아닌, 휴먼데이타와의 사업적 협력과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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