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제주항공이 국제선 운항 축소에 나서며 중동발 고유가·고환율 충격 완화에 나섰다.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커진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제주항공은 유가가 5% 변동할 때 약 235억원 규모의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 구조다. 여기에 달러화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환율 상승 시 손익 부담도 크다. 다만 제주항공이 연료 효율이 높은 차세대 항공기를 꾸준히 도입하며 원가 경쟁력을 높여온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외부 변수 충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대규모 운항 축소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오는 5~6월 두 달간 인천에서 출발하는 하노이, 방콕, 싱가포르 등 3개 노선 항공편을 총 110편 줄이기로 했다. 이어 인천 출발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 4개 노선에 대한 추가 감편도 진행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유가가 5% 오르거나 내릴 때 약 235억원 규모의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실적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이달 15일 배럴당 94.93달러다. 이는 미국-이란 전쟁 전인 올해 2월27일 72.48달러, 지난해 12월31일 60.85달러 대비 큰 폭 상승한 수치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같은 기간 제주항공이 유가 상승으로 추가 부담해야할 비용 충격은 각각 1452억원, 2632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항공이 대한항공 등 일부 대형 항공사와 달리 별도의 유가 헤지(위험회피) 전략을 취하고 있지 않은 만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별도로 맺고 있는 유류 헤지 전략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도 안고 있다.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데다, 지난해 말 기준 달러화 자산은 301억원에 그친 반면 달러화 부채는 6825억원에 달해서다. 이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외화환산손실이 확대돼 세전이익과 자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4월 들어 1480원대에서 1500원대 초반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의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제주항공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거나 올해 영업손실 전망치를 기존보다 높여 잡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2026년 제주항공의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시장 예상치인 837억원을 하회하고, 당사 기존 전망보다도 201억원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 영업손익 개선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이후에는 고유가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이 차세대 기재 도입과 기단 효율화를 통해 연료 민감도를 낮추는 체질 개선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에서다. 제주항공은 2023년부터 올해 4월까지 차세대 항공기인 보잉 B737-8 10대를 도입했다. 올해 추가로 5대를 더 도입할 계획이다. 이 항공기는 기존에 운용하던 B737-800보다 연료 소모량이 15% 적다. 신기종인 만큼 정비 효율도 높아 유지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제주항공의 2025년 연료유류비는 2024년보다 약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단 현대화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항공은 2025년 경영실적 발표 자료에서 "기단 현대화에 따른 유류비 및 정비비 감축 효과가 가시화되며 운영 비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른 만큼 올해 1분기 이후에는 실적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4분기까지는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지만, 1분기부터는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차세대 항공기 도입 효과가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나은 만큼, 제주항공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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