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배지원 기자] 정부가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고배당기업 세제특례 제도가 시행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실질적으로 배당을 줄인 기업들도 '직전 사업연도'에 대한 유권해석의 허점을 활용해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했다고 공시하면서다. 제도 시행 첫해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한 기준이라지만, 제도의 취지와 실제 수혜 기업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상장사들은 '직전 사업연도' 기준에 대한 유권해석을 활용해 배당이 감소했음에도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했다고 공시하고 있다. 2025년도 배당소득이 2024년 대비 줄어들었음에도 고배당기업으로 공시한 코스피 법인은 하나투어, 포스코홀딩스, 세아제강, 강원랜드, SK네트웍스, 신세계인터내셔날, NHN 등이다. 코스닥 기업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월 말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고배당기업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기업 주주 가운데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 개인은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이 기존 14%에서 9%로 낮아진다. 기업 역시 총주주환원 규모가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늘어나면 초과분의 5%를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고배당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주권상장법인(코넥스 제외) ▲직전 사업연도 배당소득이 '2024년 12월31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기준보다 감소하지 않을 것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줄지 않으면서 배당성향 40% 이상 증가(우수형)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금이 10% 이상 증가(노력형)한 법인에 해당돼야 한다. 문제는 이 가운데 '직전 사업연도' 해석에서 발생했다.
통상적으로는 2025년 배당을 2024년과 비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재정경제부가 개정한 법령을 근거로 기준연도와 직전 사업연도를 모두 2024년으로 설정했다. 동일 연도 간 비교가 이뤄지면서 배당이 감소했더라도 '감소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구조다.
하나투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2023년 주당 5000원, 총 77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며 배당성향 164.7%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결산배당은 주당 2300원, 총 3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에는 주당 1200원, 총 180억원으로 더욱 축소됐다. 3년 연속 배당성향 40% 기준은 유지했지만 실질 배당액은 반토막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투어는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기준연도(2024년) 대비 직전 사업연도(2024년) 배당소득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 유관기관의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홀딩스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주당 1만원의 배당금을 유지했으나 총액 기준으로는 매년 줄고 있다. 그럼에도 동일한 해석을 적용해 배당소득 미감소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직전 사업연도' 기준을 두고 혼란을 겪은 가운데, 거래소는 적극적으로 '고배당 공시'를 유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고배당기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으나, 거래소 측에서 직접 조세특례제한법의 '부칙'을 설명하면서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한다는 사실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조세특례제한법 부칙을 신설했다. 해당 부칙은 '2025년 12월 31일이 속하는 과세연도에 발생한 배당소득은 제104조의27제1항제3호의 개정규정에도 직전 사업연도가 아닌 해당 사업연도의 배당성향 및 이익배당금액을 기준으로 해당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한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올해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특례 규정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고배당기업 분류를 이재명 정부의 밸류업 성과 맞추기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밸류업 정책은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공을 들여온 핵심 과제다. 배당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를 유도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 유입과 증시 재평가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첫해부터 실질적으로 배당을 축소한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누리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문제가 올해에 국한된다 하더라도 배당을 성실히 늘려온 기업들 입장에서는 상대적 역차별"이라며 "배당 증가 여부를 실질적으로 주주가 받는 수혜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시행령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배당기업이 많을수록 세제 혜택을 누리는 대상자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 활황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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