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장소영 기자]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내놓은 고배당기업 세제 혜택이 오히려 '성실 배당 기업'의 역차별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만 한시적으로 배당 요건을 과거가 아닌 현재와 비교하는 셈법이 허용되면서 실질 배당이 줄어든 부적격 기업까지 '고배당 완장'을 차게 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배당 지속 가능성보다는, 공시 참여 실적에만 치중한 나머지 '무늬만 고배당' 기업을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고배당기업으로 분류되는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금융소득으로 계상되는 배당소득은 물론, 근로소득과 이자소득 등을 합산한 금액이 2000만원 초과일 경우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최대 49.5%까지 부과되는 만큼 투자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고배당기업을 대상으로 과세특례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분리과세가 가능해졌다. 금융소득이 많은 투자자의 경우 고배당기업에서 지급한 배당소득만 따로 떼 내 별도의 세율을 납부하면 된다. 세부적으로 '특례배당소득'의 세율은 ▲2000만원 이하 14%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280만원+초과분의 20% ▲3억원 초과 50억원 이하 5880만원+초과분의 25% ▲50억원 초과 12억3380만원+초과분의 30%이다.
고배당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직전 사업연도 배당소득이 '2024년 12월31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기준보다 감소하지 않을 것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줄지 않으면서 배당성향 40% 이상(우수형)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금이 10% 이상(노력형)한 법인 총 3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논란이 된 부분은 '부칙'이다. 배당소득은 이익 배당으로서 '해당 사업연도'에 금전으로 지급한 총액을 의미한다. 과세특례에 따라 2025년에 지급한 배당소득은 2024년 배당소득보다 감소하면 안 된다.
하지만 직전 사업연도가 아닌 해당 사업연도의 배당성향 및 이익 배당금액을 기준으로 해당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내용의 부칙으로 고배당기업 변별력이 사라진 모습이다. 2025년 조기 적용 대상 법인에 한해 직전 사업연도(2023년)가 아닌 해당 사업연도(2024년)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되면서 2024년 배당소득과 2024년 배당소득을 비교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에 2024년 대비 2025년 배당소득이 줄었음에도 우수형 고배당기업에 포함된 상장사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모두 포함해 22개사로 확인됐다.
문제는 일종의 '요술방망이'가 된 과세특례 부칙으로 수년째 성실하게 배당해 온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게 된 점이다. 배당 내역이 전혀 없던 기업들조차 이 부칙을 타고 '고배당' 대열에 합류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24년 무배당하던 포스코퓨처엠은 2025년 이익배당금으로 총 222억원을 지급했고, 배당성향 69%의 '우수형' 고배당기업에 올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에서 배포한 작성 지침에 따라 무배당기업의 배당 재개에 따른 이익배당 증가율 10%가 일괄 적용됐다.
LG화학은 순손실을 내는 상황임에도 25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한 '배당 우량주'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의 이익배당은 2024년 787억원과 2025년 156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익배당금 증가율이 무려 99.5%를 기록했다. 배당성향은 25%로 노력형 고배당기업에 해당한다. 롯데쇼핑과 에코프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도 배당성향과 이익배당금 증가율 기준을 충족하며 고배당기업으로 묶였다. 하지만 과세특례 부칙이 올해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당해 결산 배당 규모가 1원이라도 줄어들면 곧바로 고배당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한부'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이번 과세특례가 기업의 장기적인 배당 정책 변화보다는 단기적 공시 참여를 유도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배당에 인색하던 기업도 '부칙'에 힘입어 고배당기업이 됐다"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체질 개선이 아닌 '숫자 맞추기'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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