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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플랙트 광주 투자 한 달째 표류…현대차 9조와 비교
신지하 기자
2026.04.20 07:00:23
지난달 돌연 협약 취소…투자 규모·수주 물량 고민인듯
이 기사는 2026년 04월 17일 17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한 독일의 글로벌 공조기기업체 플랙트그룹(FläktGroup)의 국내 첫 투자 확정을 미루고 있다. 지난달 광주광역시와 진행하기로 했던 투자협약식을 돌연 연기 요청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재개 일정에 확답을 못하고 있다.


연기 사유조차 밝히지 않으면서 배경을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이재명 정부의 지방 투자 독려 기조 속에서 투자 규모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공장을 지을 만큼 수주 물량이 충분히 확보됐는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광주시에 "5~6월까지 투자 관련 답변을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4일 열기로 했던 투자협약식을 사흘 전 갑자기 취소한 데 이어 또다시 일정을 미룬 셈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당초 협약식 세팅까지 다 해놨는데 갑자기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구체적인 사유도 말해주지 않아 굉장히 답답한데 이번엔 또 기다려달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광주시는 이미 보조금 규모 등 관련 협의도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확정을 함께 발표하면서 공장 건설에 필요한 행정 지원과 인센티브 등의 사안을 확정짓는 자리였다. 플랙트의 신규 공장이 들어설 부지는 광주 첨단산단 내 삼성전자 제3캠퍼스 유휴 부지 약 2만평으로, 총 투자 규모는 2000억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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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향후 5년간 45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 지역 균형발전 투자 5개 항목 중 하나로 플랙트 광주 생산라인 건립을 포함시켰다. 당시 회사는 "플랙트의 한국 생산라인 건립을 통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며 "플랙트는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광주시에 생산라인 건립을 검토 중이고, 인력 확충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1월 데이비드 도니(David Dorney) 플랙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2026년 설립 예정인 신규 생산라인은 '미래 공장'의 표준 모델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곳 광주를 플랙트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도니 CEO는 20년 이상 글로벌 냉난방공조(Heating, Ventilating and Air Conditioning, HVAC) 업계에서 리더십을 쌓아온 베테랑으로서,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플랙트그룹을 이끌 새로운 리더다. 


(그래픽=신규섭기자)

삼성전자가 광주 플랙트 투자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450조원 국내 투자 계획에 광주 생산라인을 직접 포함시키고 플랙트 CEO까지 공개 발언한 만큼 없던 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일정이 늦춰진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이재명 정부가 연일 강조하는 지역 균형발전 기조에 맞는 수준의 투자 규모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삼성전자의 연기 통보 시점은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전북 새만금 지역에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때와 맞물린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대결단을 해준 현대차에 우리 국민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까지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발표 직후 광주시와의 투자협약을 미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새만금에 9조원을 쏟아붓자 정부가 환호했는데, 그 옆에서 삼성전자가 2000억원짜리 협약을 그대로 발표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수 있다"며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플랙트 공장 외에 추가 투자까지 묶어서 더 크게 들고 나오려는 타이밍을 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플랙트 공장 외에 다른 투자까지 함께 검토하는 건지, 아니면 플랙트 본사와 내부 조율이 아직 안 된 건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플랙트가 국내에 공장을 지을 만큼 수주 물량이 충분히 확보됐는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정용 에어컨 등 개별공조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왔는데 앞으로는 플랙트를 앞세워 데이터센터 등 대형 시설에 들어가는 중앙공조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앙공조 솔루션 제품들은 무겁고 부피가 커 물류비가 상당한데 수요처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짓는 게 기본"이라며 "아시아 수요가 실제로 뒷받침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생활가전(DA)사업부 내 공조사업 담당 조직을 강화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에어솔루션사업팀 내 임원은 6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세 배 늘었다. 에어솔루션사업팀장은 임성택 부사장이 맡고 있으며 조직개편 전까지 에어솔루션 비즈니스팀장을 맡고 있던 최항석 상무는 이번 개편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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