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어깨가 가벼워지고 있다. 지난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데 이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의 상속세 납부도 이달 마무리한다. 법적·재무적 부담을 동시에 털어내며 이 회장 중심의 안정적 지배구조를 굳혔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만 57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국내 기업 사상 최대 분기 실적까지 새로 썼다. 삼성 경영환경 전반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반도체 슈퍼사이클까지 겹친 만큼 이 회장 중심의 '뉴삼성' 체제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5% 급증했다. 일부 증권사에서 50조원까지 눈높이를 올려잡았는데 이마저 7조원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분기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은 것은 국내 기업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이다. 특히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마저 넘어섰다. 한 분기 성적표가 작년 한 해 치를 뛰어넘은 셈이다.
이번 호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 덕분으로 풀이된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D램 등 범용 메모리까지 공급 부족이 심화했고, 이는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빅테크에 5세대 HBM인 HBM3E를 공급하며 고부가 메모리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일각에서는 1분기 반도체(DS)부문에서만 5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한다.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이달 삼성가의 5년에 걸친 상속세 납부도 마무리된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20년 별세 당시 주식과 부동산, 미술품 등 26조원에 달하는 유산을 남겼다. 여기에 부과된 상속세는 약 12조원으로 산정됐다. 유족은 2021년 상속세 신고 후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방식을 채택했으며, 이달이 마지막 납기다. 개인별 부담액은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3조1000억원, 이 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2조4000억원 순으로 알려졌다.
우선 세 모녀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 계열사 지분 매각과 주식담보대출을 병행했다. 홍 명예관장은 202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해 약 5조원을 확보했고, 올해 초에도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에 대한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 딸도 삼성SDS와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과 주담대를 활용해 납부 재원을 충당해왔다.
반면 이 회장은 핵심 계열사 지분을 한 주도 팔지 않았다. 주요 계열사 배당금과 개인 신용대출 등으로 상속세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회장 별세 이후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만 약 4조원으로 추산되며, 선대회장 생전부터 누적된 배당금까지 합치면 6조원 이상이 상속세 재원으로 쓰인 셈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배당 규모가 커진 것도 재원 마련에 힘을 보탰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상속 전보다 오히려 강화됐다. 삼성전자 지분율은 0.70%에서 1.67%로 높아졌고, 삼성물산 지분율도 17.48%에서 22.01%로 확대됐다. 삼성생명 지분율은 0.06%에서 10.44%로 늘었다. 앞서 지난해 7월 대법원이 2015년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에 무죄를 확정하며 이 회장은 10년에 걸친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여기에 이달 상속세 완납까지 마무리되면서 그룹 내 불안감을 키웠던 법적·재무적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앞으로 초호황기를 맞이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과 시장 주도권 강화에 집중하는 한편, AI와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와 초격차 확보를 위한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19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서 올해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총 110조원 이상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투자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투자액 90조4000억원보다 21.7% 늘었다.
특히 대형 인수합병(M&A) 추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첨단로봇과 의료기술, 전장, 냉난방공조(HVAC) 등 미래 성장 분야 경쟁력 강화 방향을 제시했고, 지난해 말 사업지원실 산하에 M&A팀도 신설했다. 실탄도 넉넉하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만 100조원에 달한다. 1분기 역대급 실적으로 곳간이 더 불어난 만큼 이들 미래 분야를 겨냥한 대형 M&A가 이 회장 진두지휘 아래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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