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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태계 흔드는 삼성·SK하닉 성과급 '치킨게임'
김주연 기자
2026.04.20 15:59:48
반도체 임금 이중 구조 심화…"초과이익 일부 사회 환원해야"
이 기사는 2026년 04월 20일 15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제공=뉴스1)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반도체 대기업 간 성과급 경쟁이 노동시장 내 임금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경쟁이 과열될수록 인건비 부담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협력사 납품 단가 압박이 심화되면서 협력사 기술 인력의 처우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극단적인 임금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3일 평택사업장 대규모 결기대회에 이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예정대로 18일간 파업을 진행할 경우 최소 20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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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의 쟁점은 성과급이다. 초기업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성과급 재원 규모를 영업이익의 10%에서 15%로 늘리는 방안을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성과급 요구의 발단이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해 파업 가능성을 제기하며 성과급 산정 방식을 영업이익 연동 고정 비율로 변경하도록 요구했고, 그 결과 기본급 대비 최대 6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영업이익 규모가 더 큰 만큼 SK하이닉스보다 성과급을 적게 받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가 확산되며 성과급 인상 요구가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성과급을 둘러싼 딜레마에 처한 형국이다. 성과급 격차가 벌어질 경우 핵심 인력의 SK하이닉스 이직을 막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성과급 인상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과중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양사 노조가 경쟁적으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이른바 '성과급 치킨게임'이 반도체 산업 내 임금 이중구조를 더욱 벌어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의 성과급 경쟁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 협력사 납품 단가 인상 여력이 줄어들고, 그 여파가 협력사 근로자 처우 정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엔지니어의 연봉은 1억원 후반대로, 성과급을 포함할 경우 3억원대에 이른다. 반면 협력사 기술인력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이 대기업 정규직에만 집중 배분되고,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협력사 노동자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임금 이중구조는 반도체 산업의 만성적 리스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 역시 협력사 직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생산이 중단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 협력사이기 때문이다. 파업에 따른 휴업 및 인력 감축 부담이 협력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4년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P5 공사를 중단했을 당시, 현장 건설 노동자와 협력업체 직원 수천명이 한꺼번에 철수하며 평택 고덕신도시 상권이 일시적으로 위축된 바 있다. 당시 상권의 80~90%가 삼성전자 관련 인력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삼성 생태계를 기반으로 성장한 지역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사회적 기금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 고용 기금, 협력사 기술인력 양성 펀드, 지역사회 상생 기금 등 대기업 성과금이 내부 구성원에게만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자는 취지다.


반도체 산업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 국가 인프라 투자를 발판으로 성장한 만큼 정부 인프라를 토대로 발생한 초과이익이 내부 구성원에게만 집중되는 구조가 정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을 담당하는 반도체 투톱 기업의 노조가 자사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같은 생태계 안의 협력사 노동자와 청년 실업 문제에는 무관심한 현 상황을 사회가 그저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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