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은행의 기관영업은 호흡이 긴 싸움이다.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 등을 상대로 자금을 유치하는 일인데 한 번 계약을 따내면 대규모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된다는 게 매력이다.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리테일 영업처럼 발품을 팔아 건건이 성과를 쌓는 방식이 아니다. 공을 들이는 시간은 길지만 결실이 맺히면 그 규모가 다르다.
그 기관영업의 꽃이 바로 지자체 금고다. 금고를 맡으면 세입·세출을 비롯한 각종 공공자금이 은행을 거쳐 흐른다.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고 지역 내 공공기관과 유관 단체를 상대로 한 추가 영업도 자연스럽게 열린다. 시 소속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들이 해당 은행의 고객 기반으로 편입된다. 여기에 '우리 시 금고'라는 상징성까지 더하면 지자체 금고 하나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작지 않다.
인천시 금고는 시중은행들이 특히 탐내는 지자체 금고 중 하나다. 인천시의 연간 자금 운용 규모는 1·2금고를 합쳐 약 16조원에 이른다. 서울, 경기, 부산 등에 이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인천시는 이 매력적인 금고의 운영자를 올해 하반기 다시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인천시 1금고를 운영 중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2006년부터 약 20년 간 인천시 금고를 맡아오면서 전산 네트워크 구축 등 초기 투자와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이번 입찰에서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지만 방심할 수 없다는 걸 신한은행도 잘 안다. 지자체 금고 선정 결과는 늘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랫동안 금고를 맡아온 은행이 한순간에 자리를 내주는 일도 드물지 않다.
도전자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본사를 인천 청라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청라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인천시 금고는 수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천에 본사를 둔 은행이 인천시의 자금을 맡는다는 상징성은 지역 밀착 금융기관으로서의 존재감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4년 전인 2022년 시금고 입찰 당시에도 청라국제도시 내 하나금융타운 조성을 내세우며 강하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본사 이전까지 추진 중인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시금고는 단순한 재도전을 넘어 전략적 의미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쪽 모두 명분이 있는 만큼 인천시 금고 쟁탈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인 박찬대 의원에게 진작부터 공을 들여왔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전언이다. 하나은행의 움직임은 좀 더 가시적이다. 박 의원이 최근 공사가 한창인 청라 본사를 직접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자체 금고가 마냥 달콤하기만 한 건 아니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적지 않은 출연금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지자체에 따라 수천억원에 이르는 출연금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입찰 경쟁이 치열할수록 출연금 규모도 커지는 게 현실이다. 공을 들여 금고를 따냈더니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는 뒷말이 나오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어렵사리 금고를 유치했다고 해서 끝도 아니다. 금고를 운영하는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입찰에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공공자금 운용 실적, 지역 기여도, 서비스 만족도까지 꼼꼼히 따지는 시선이 늘고 있다. 잘하면 다음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면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기관영업 담당자들이 금고를 따낸 이후에도 임기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인천시 금고를 두고 벌써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그만큼 그 자리가 주는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 기관영업은 호흡이 긴 싸움이다. 공고는 아직이지만 그 긴 싸움의 첫 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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