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실적 악화와 자본잠식에 빠진 라인게임즈가 자력 회생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모회사인 라인야후의 카카오게임즈 경영권 인수가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환상환우선주(RCPS) 상환청구가 차례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배영진 공동대표의 선임을 단순 유동성 관리 차원을 넘어 향후 구조개편에 대비한 재무 정리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라인게임즈의 지난해 매출은 335억원, 영업비용은 484억원으로 집계된다. 손익분기점(BEP)까지 약 150억원의 차이가 난다. BEP에 도달하기 위해선 매출을 150억원가량 더 늘리거나, 비용을 150억원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라인게임즈의 현재 영업비용 구성을 고려하면 추가 절감 여력이 사실상 부족하다. 이미 2022년 1237억원에서 2025년 484억원으로 4년 동안 61%가량을 감축했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선전비(13억원)와 외주용역비(1억원) 등은 더 줄일 여지가 없고, 급여(165억원)와 통신비(55억원)·지급수수료(144억원)와 같은 필수 고정비 위주로 남은 상황이다. 결국 매출 반등 없이는 영업 BEP 달성이 쉽지 않은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원가(자금 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가 152억원으로 순손실(314억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점도 문제다. 이 중 134억원은 전환상환우선주(RCPS)·전환사채(CB)의 장부상 매년 자동 반영되는 이자비용(현재가치할인차금 상각)이 반영된 것이다.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비용은 만기까지 매년 계속 쌓이는 구조다. 영업에서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자본성 조달 부담까지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잡히면서 순손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라인게임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약 1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1726억원 규모의 RCPS와 매년 300억원씩 깊어지는 자본잠식을 동시에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RCPS의 경우 상환청구(발행일로부터 5년 내 IPO 미달성)가 올해 3~6월 차례로 도래하는 만큼, 유증과는 별도로 투자자와의 상환 연기 또는 전환 협상이 병행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자력 회생으로 재무적 난관을 뚫기 힘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야후가 카카오게임즈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최근 라인야후는 투자목적법인 LAAA(엘트리플에이)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카카오게임즈 경영권을 인수키로 했다. 오는 5월 29일까지 유상증자 대금(2400억원)과 CB 대금(600억원)을 모두 납입하면, 라인야후가 카카오게임즈의 새 주인이 된다.
사실상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의 모회사가 같아지는 셈이다. 유증 전 기준 라인게임즈의 최대주주는 라인야후 자회사인 Z 인터미디어트 글로벌(옛 라인코퍼레이션·35.66%)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유증 과정에서 2000만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83.83%로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라인야후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향후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합병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라인게임즈 입장에선 규모 있는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RCPS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자체 IPO가 막힌 상황에서 상장사를 활용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를 열 가능성도 생긴다.
엘트리플 인베스트먼트와 Z 인터미디어트 글로벌은 모두 라인야후 계열사로 특수관계인 거래로 분류된다. 당장 합병을 추진하기엔 공정거래법상 심사 및 소수주주 보호 이슈에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모두 실적 정상화 및 재무체력 회복이 우선 과제인 만큼, 양사 합병 가능성을 중장기적 시나리오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합병이 현실화된다면 존속법인은 상장사인 카카오게임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상장 지위 유지와 FI 엑시트 경로 확보 측면에서 카카오게임즈를 존속법인으로 두는 방식이 우선 거론될 수 있어서다. 라인게임즈가 비상장사인 데다 부채총계가 2340억원에 달해 카카오게임즈에 흡수되는 형태가 구조적으로 자연스럽다.
이 경우 라인게임즈의 재무 상태가 곧 합병 비율에 직결되는 만큼, 합병 전 재무 구조를 최대한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당장은 올해 3~6월 순차 도래하는 RCPS 상환청구에 대응하면서 추가 유상증자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자본잠식 규모를 줄여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 배 공동대표의 취임 배경을 단순 유동성 관리가 아닌 '합병 전 재무 정리'로 해석하는 이유다. 현 시점에서 재무통 출신 투자 전문가를 수장으로 올린 것 자체가 라인야후가 그리는 큰 그림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관측이다. 다만 양사 모두 합병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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