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최근 산업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단연 '성과급'과 '파업'이었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촉발된 보상 형평성 논란은 삼성전자까지 번지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큰 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과보상 체계를 둘러싼 논쟁은 기업 경영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제조업계를 달군 성과급 논란의 불씨는 이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로 번지고 있다. 업황과 사업 구조는 다르지만 보상과 고용안정을 둘러싼 갈등은 카카오에서도 불거졌다.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는 오는 10일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선다. 창사 이후 첫 파업이다.
노조는 이용자 서비스 차질 우려를 고려해 부분파업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은 결제·인증·쇼핑·예약 등 일상 곳곳에 스며든 생활 인프라다.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는 순간 여론의 화살이 노조로 향할 수 있다. 전면파업 대신 부분파업을 택한 결정은 서비스의 공공성과 이용자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면서 노조가 처한 현실적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시에 이번 파업이 얼마나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도 남긴다.
그렇다고 이번 파업의 배경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비핵심 사업과 계열사 재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포털 다음 운영사 AXZ는 업스테이지에 넘어갔고 카카오게임즈 경영권도 라인야후에 매각된다. 한때 147개였던 계열사는 87개로 줄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효율화와 선택과 집중이지만, 구성원들에게는 고용 불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과보상 체계를 둘러싼 요구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실적은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52주 고점 대비 4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시장이 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 회복을 아직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두 자릿수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것이 시장과 주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타이밍도 좋지 않다. 카카오는 올해를 에이전틱 AI 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정신아 대표는 하반기 카카오톡 내 에이전트 서비스 출시를 공언했고 구글·올리브영·무신사 등 외부 파트너십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부 갈등이 길어질수록 회사의 추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추진력이 흔들리면 결국 노조가 지키고자 하는 일자리의 기반에 되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업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노조는 요구의 크기만큼 지금 카카오가 처한 현실도 함께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측 역시 성과급 산정 기준과 보상 체계를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 카카오 앞에 놓인 과제는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아니라 AI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는 일이다. 노사가 서로를 향해 소모전을 벌이는 사이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명분만큼 실리를 따지는 냉정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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