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신안그룹의 금융·대부 계열 지배축이 창업주 박순석 회장에서 차남 박지호 씨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핵심 계열사 '신안캐피탈' 지분 상당 부분이 차남에게 이전되면서, 제조 부문보다 금융 부문에서 승계 구도가 먼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2025년 말) 기준 신안캐피탈의 주주 구성은 박지호(37.50%), 신안(28.05%), 박순석(19.45%) 순으로 나타났다. 단일 최대주주가 박 회장에서 박 씨로 교체된 것이다.
불과 1년 전인 2024년 말까지만 해도 신안캐피탈은 박 회장(60.95%)과 그의 개인회사인 신안(39.05%)이 지분 100%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1년 사이 박 회장과 신안이 보유하던 지분 일부가 박 씨에게 이전되면서 지배구조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분 이동은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식을 사고파는 '구주 인수'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안캐피탈의 발행주식 총수(400만주)와 자본금(200억원)에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박 씨의 지분 취득 재원에 쏠린다. 지난해 말 기준 신안캐피탈이 박 씨를 대상으로 330억4000만원 규모의 대출채권을 신규 보유하게 된 점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자금이 지분 취득 과정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출금이 부친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면, 결과적으로 회사 자금이 오너 일가의 지배권 확보와 구주 매각 대금 회수를 뒷받침한 셈이 된다. 다만 대출금과 지분 거래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공시를 통해 확인되지 않았으며, 실제 지분 취득 가격과 자금 사용처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박 씨가 보유하던 바로에프앤대부의 신안캐피탈 편입도 이번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안캐피탈은 2025년 주식양수도 계약을 통해 바로에프앤대부 지분 100%를 취득하고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취득간주일은 2025년 12월31일이다.
바로에프앤대부는 2024년 말 기준 박 씨가 83.34%, 박준홍·박준우 씨가 각각 8.33%를 보유한 회사였다. 이에 따라 바로에프앤대부 지분 매각대금은 기존 주주였던 박 씨 일가로 유입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박 씨가 신안캐피탈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바로에프앤대부 매각대금이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장부상 순자산보다 높게 산정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신안그룹은 과거에도 오너 일가 보유 비상장사를 계열 상장사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 논란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신안캐피탈 계열사인 CNT85는 2023년 박지호 씨 등 친인척이 보유한 가족회사 인스빌을 흡수합병할 당시 1대 265.6923076의 합병비율을 적용했다.
인스빌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였음에도 상장사 지분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합병비율을 적용받았다. 당시 시장에서는 비상장 가족회사에 유리한 가치 평가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바로에프앤대부의 편입 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오너 일가 유리한 가치 산정'이 재현됐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박 씨가 신안캐피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코스닥 상장사 CNT85에 대한 영향력도 한층 강화됐다. CNT85는 향후 그룹 내 자산 재편이나 자본시장 활용 과정에서 전략적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개편으로 금융 계열 승계의 신호탄은 쏘아 올려졌지만 숙제도 남았다. 박 회장의 개인회사인 신안이 보유한 신안캐피탈 잔여 지분(28.05%)의 향방이다. 박 씨가 확실한 지배력을 굳히기 위해서는 해당 지분의 처리 방식이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그룹 내 핵심 금융사인 바로저축은행을 신안캐피탈 중심으로 재편하는 시나리오도 가능성 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다. 신안캐피탈을 중심으로 바로에프앤대부, CNT85에 이어 저축은행까지 묶일 경우 차남 박지호 씨 중심의 금융·대부 계열 지배구조는 한층 공고해질 수 있다.
장남 박훈 대표가 휴스틸을 중심으로 제조 부문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금융 계열에서는 박지호 씨 중심의 재편이 진행되면서 신안그룹의 사업 부문별 승계 구도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안캐피탈 관계자는 "지배구조 변화는 개인 간의 지분 거래로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거래 경위나 자산 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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