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오리온이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사 갈등 끝에 창사 이래 첫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국내 식품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전반으로 노사 리스크가 확산하는 가운데 파업의 불씨가 유통업계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식품업계는 내수 부진과 원가부담 확대 등의 여파로 수익 보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 오리온 사태가 어떤 결과로 매듭지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노조는 2026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결렬을 이유로 이달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오리온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임직원에 대한 보상은 오히려 축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기본급 7.5% 인상 ▲기본급과 수당 비율을 기존 6대4에서 7대3으로 조정하기로 한 노사 합의 이행 ▲현장 직무 보상체계 개선 등을 요구 중이다.
오리온의 이번 노조 갈등의 배경은 해외사업과 국내사업 간의 온도 차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오리온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3324억원으로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2조2257억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 해외 매출도 6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은 2834억원으로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해외사업 호조로 늘어난 성과를 국내 직원 보상에 어느 수준까지 반영해야 하는지를 두고 노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 식품업계는 이번 파업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성과급과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갈등 끝에 총파업 위기까지 겪은데 이어 카카오 등에서도 파업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노사 리스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현재 농심과 삼양식품 등도 노사간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이며 오리온 노조가 속해 있는 화섬식품노조는 오리온을 비롯해 해태제과, 파리바게뜨, 던킨, 삼립, 풀무원, 동서식품, 정식품 등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어 노사 갈등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노사 갈등이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식품기업들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식품업계는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원재료 가격 상승,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류비 부담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임금 인상 압박까지 확대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오리온 노사 협상 결과가 향후 식품업계 전반의 임단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현재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인 주요 식품기업들 역시 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관계 법령에 따라 성실히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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