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회생계획안의 핵심 열쇠인 익스프레스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했다. 입찰 가격은 당초 기대했던 3000억원을 밑돌지만 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맞추기 위해 거래를 빠르게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낮아진 매각 대금을 토대로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하림그룹(NS홈쇼핑)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세부 조건 협상에 돌입했다. 양측은 별도의 장기 협상 없이 다음 주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속도로 딜이 진행되는 이유는 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이 오는 5월 4일로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본입찰 참여 원매자가 하림을 포함해 단 두 곳에 그쳐 가격 경쟁을 붙일 여지가 없었던 데다가 정해진 기한 내 인수자를 확정해야 하는 매각 측의 상황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입찰 가격이 희망 가격에 미치지 못한 점이 향후 채권단과의 변제율 조율 과정에서 변수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와 MBK 측은 매각가로 3000억원 수준을 기대했지만 제안된 가격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담보로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DIP)을 조달하며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다. 당시 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한 재원 확보가 시한 연장의 명분 중 하나였던 만큼 기대치를 하회하는 매각 가격이 채권단을 설득하는 데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채권단 내부의 회의론도 여전하다. 약 1조2400억원 규모의 익스포저를 보유한 메리츠금융그룹 등 대주단은 우량 자산인 익스프레스 부문만 분할 매각할 경우 남겨진 대형마트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돼 부동산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담보권 실행을 통한 원금 회수가 확실한 청산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번 매각 결과가 오히려 조기 청산을 요구하는 명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익스프레스 매각 결과를 반영한 회생계획안 가결을 앞두고 있다.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후에는 해당 내용을 심사하고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관계인 집회가 열린다. 관계인 집회는 채권자·담보권자·주주·기타 이해관계인이 참석해 회사 업무 및 재산관리인의 보고를 들은 후 회생계획안에 대한 심의 결의를 진행하는 자리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면 해당 계획안 인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고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선고한다. 이후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가 시작되면 법원은 회생 절차를 종결한다.
회생계획안이 최종 가결되려면 담보권자의 4분의 3, 일반 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법적으로 회생 절차 가결 기간은 1년 6개월까지 연장 가능하지만 관계인 집회와 심의에 통상 최대 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올해 6월까지는 채권단과의 유의미한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만약 채권단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제출된 회생계획안의 실행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면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대부분의 경우 법인 파산선고가 함께 이루어지지만 영업이 계속 가능한 경우에는 파산선고 경우 없이 회생절차만 종료되기도 하는데 이는 회생 실패의 의미일 뿐 기업의 영업 활동이 즉시 중단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회생절차가 폐지된 이후에도 재신청은 가능하지만 기존 절차의 실패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거나 뚜렷한 재무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나 홈플러스 같은 경우에는 고용 규모와 협력사 피해 등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법원이 극단적인 폐지보다는 조정과 합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하림그룹에게 익스프레스를 넘겨주면서 채권단이 수용할 수 있는 변제 시나리오를 완성하느냐가 홈플러스 존속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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