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쌓은 반도체(DS)부문 성과를 모바일·가전 등 완제품(DX)부문 판촉에 투입한다. 이달 8일부터 4주간 고객 구매액의 2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행사로, 4000억원 규모가 집행될 전망이다. 관련 비용과 매출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며, 최근 수익성 저하로 고전하는 DX부문이 이를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국민과 함께,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은 이달 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4주간 전국 온·오프라인 1000여개 매장에서 진행된다. 삼성전자 가전·모바일 제품을 구매하면 구매액의 20%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특히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군인과 경찰·소방·교정공무원 등에게는 10%의 추가 혜택을 더해 총 30%를 환급한다. 삼성전자는 온누리상품권 규모를 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의 재원이 어느 부문에서 나오는지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DS부문 이익에서 충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도 최근 노조 내부 소통방에서 DS부문 재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호황으로 올 1분기에만 53조663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DS부문의 곳간을 여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구매 고객에게 지급할 온누리상품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조달한다. 행사 기간 중 일괄 선매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 신청 내역이 확정된 뒤 해당 금액만큼 사들이는 구조다. 구매 고객은 제품 수령 후 오는 9월30일까지 삼성닷컴에 구매 증빙을 제출하면 신청일로부터 약 2주 뒤 '디지털온누리' 앱으로 상품권을 받는다.
신청 기한을 9월 말까지 넉넉히 둔 것은 혹시 모를 환불 사태에 대비해 실제 사용 고객에게만 상품권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신청 내역과 금액 정보를 조폐공사에 넘기면 조폐공사가 고객에게 직접 지급한다. 일반 소비자는 지방자치단체 할인 등을 통해 온누리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살 수 있지만 법인은 할인 혜택이 없어 삼성전자는 지급액 전액을 액면가대로 지불해야 한다.
회계처리 방식도 관심사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1115호(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에 따르면 고객에게 돌려주는 20% 혜택은 변동대가로 봐 매출에서 직접 차감하는 방식이 원칙이다. 다만 일시적 마케팅 성격으로 판매촉진비(판매비와관리비)로 처리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연결기준 판매촉진비는 2조357억원으로, 4000억원이 판촉비로 잡히면 단기에 약 20% 급증하는 규모다. 한 회계사는 "구매액에 직접 연동되는 대규모 금액인 만큼 실무적으로는 매출차감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용 인식 시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재무전문가들은 이번 비용이 현금 지출 시점이 아닌 매출 발생 시점인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금 지출은 고객 신청 시점에 따라 이달부터 10월에 걸쳐 분산되지만 회계는 매출 발생 시점에 비용을 인식하는 발생주의를 따르기 때문이다. 즉 행사 기간인 6~7월 매출이 잡히는 시점에 비용도 함께 반영한다는 의미다. 앞선 재무전문가는 "6월 매출분은 2분기에, 7월 매출분은 3분기에 비용이 귀속된다"며 "실제 현금흐름과 무관하게 손익계산서상 비용은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먼저 잡힌다"고 설명했다.
DX부문 수익성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올 1분기 DX부문 영업이익은 2조96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줄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과 '칩플레이션' 여파에 따른 원가 부담이 겹친 영향이다.
수익성의 핵심은 '20% 매출 할인 효과를 상쇄할 만큼의 물량 증가'가 뒤따르느냐다. 구매액의 2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구조는 회계상 실질 판매단가를 20% 낮추는 효과를 낸다. 행사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혼수·이사·노후 가전 교체 등 대기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판매량이 급증하고, 고정비가 분산되는 레버리지 효과로 이익률 하락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 생태계로 신규 고객을 대거 유입시키는 락인(Lock-in)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행사가 부진할 경우 대기 수요만 소폭 당겨왔을 뿐 전체 판매량 증가는 미미한 채 4000억원의 비용 충격만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또 6~7월에 구매를 앞당긴 소비자들이 가을과 연말 성수기 구매를 줄이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 우려도 있다. 재무전문가는 "변동비는 그대로인데 실질 판매가격이 떨어지면 제품 한 대당 공헌이익률이 급격히 낮아진다"며 "판매량이 크게 늘어야 이익률 하락을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27일 노사합의 타결 직후 발표한 '향후 5년간 5조원 사회기여' 계획의 첫 번째 실행이다. 다만 관련 충당부채는 아직 적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금액이 결정돼야 충당부채 설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협력사 지원과 포용적 금융, AI 인재 육성 등 후속 사회기여 방안도 연내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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