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카카오 노조가 창사 첫 파업에 돌입했지만 파업의 실질적 무게감은 크지 않았다.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는 정상 운영됐고 이용자 불편도 없었다. 노조는 전면파업 카드를 꺼내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지만 플랫폼 기업 특성상 파업이 회사에 직접적 타격을 주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성장 둔화와 주가 하락 국면에서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노조의 전략이 시장과 주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카카오가 2006년 출범한 이후 본사 차원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공동 참여했다. 노조 측은 본사 기준 1000여명, 전체 법인 기준 1500여명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추산했다. 노조는 파업과 함께 판교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네이버·엔씨소프트·네오플 등 화섬식품노조 산하 IT위원회의 연대 속에 유스페이스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는 차질 없이 운영됐다. 카카오톡·카카오페이 등 핵심 서비스는 조합원 없이도 자동화된 시스템과 비조합원 인력만으로 유지가 가능한 구조다.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더라도 회사가 체감하는 직접적 타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필요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비상 상황에 대비해 서비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보상 구조다. 노조는 500만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를 성과급 산정에서 제외하고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을 성과급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RSU를 포함한 통합 보상 재원을 영업이익의 10.5% 수준으로 제안하고 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경영진 성과급은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직원들에게는 RSU를 받으라고 한다"며 "돈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 있게 보상할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 수준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미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노조의 요구 수준이 현재 카카오의 경영 상황과 온도차가 크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최근 몇 년간 성장 둔화와 주가 하락, 계열사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경쟁력 우려까지 겹친 상황이다.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것이 시장과 주주의 눈높이에 부합하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카카오가 AI 전환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급 재원 확대 요구가 주주와 시장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계열사별로는 고용안정 문제도 쟁점으로 얽혀 있다. 엑스엘게임즈·디케이테크인·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이 동시에 진행 중으로 고용안정협약 체결 여부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있다.
노사 교섭 전망도 안갯속이다. 조정 결렬 이후 지난 8일 카카오 본사와 한 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현재 잡혀 있는 교섭 일정도 없는 상태다. 서 지회장은 "사측 제안이 일부 수정되긴 했지만 미래 보상이 아닌 현재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 입장과의 핵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이달 29일 전체 조합원 5000여명을 대상으로 '로그오프 데이'를 예고했다. 연차 또는 오프를 활용해 업무 툴에서 일제히 로그아웃하는 방식의 연차 투쟁으로 별도 집회는 열지 않는다. 로그오프 데이 돌입 시에도 카카오톡 등 플랫폼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박성의 카카오지회 부지회장은 "업무 툴 로그아웃으로 장애 발생 시 대응이 다소 느려지는 차질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단체협약상 준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대규모 장애가 예상되지는 않지만 회사의 개발 일정이나 사업 일정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향후 공세 수위를 더 높일지도 관심사다. 다만 노조가 투쟁 수위를 높이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카카오톡·카카오페이 등은 수천만명이 일상적으로 쓰는 서비스인 만큼 전면파업으로 번질 경우 노조를 향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 지회장은 총파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투쟁 계획 자체가 본질이 아니라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본질"이라며 "교섭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과기정통부도 이번 파업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8일 세종청사에서 카카오 측과 점검회의를 열고 서비스 안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실장과 카카오 서영훈 부사장이 참석해 카카오톡·카카오맵 등 주요 서비스의 비상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장애 발생 시 신속 대응을 위한 협력체계 유지에 합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과 달리 플랫폼 기업은 시스템 자동화와 인프라 제어가 고도화돼 있어 수 시간의 부분파업이나 연차 투쟁만으로는 서비스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어렵다"며 "노조가 전면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지 않는 이상 사측을 압박할 실질적인 지렛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가 성장 둔화와 주가 하락, AI 경쟁력 약화라는 삼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최대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것은 시장과 주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경영진과 일반 직원 간 보상 양극화에 대한 내부 불만이 임계점에 달한 만큼 사측도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구성원을 달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