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전북혁신도시에 금융회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전북 거점 확대에 나섰고 KB금융그룹도 금융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입주 공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금융사 집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를 금융중심지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프라와 민간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찾은 전북혁신도시에는 금융회사 간판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 곳곳에는 여전히 공실 상가와 비어 있는 사무실도 적지 않았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금융사 유입이 시작되고는 있지만 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전북혁신도시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단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다. 국민연금은 10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로 2017년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펀드사무관리사 등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국민연금과의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전북혁신도시의 가장 강력한 매력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대형 기관 고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운용 자산 규모가 압도적인 데다 국민연금과의 거래 실적 자체가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레퍼런스로 평가받는다. 국민연금 사업 수주 경험은 다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도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금융사 입장에서 국민연금은 누구나 거래하고 싶어 하는 고객"이라며 "국민연금 사업을 수주하거나 거래 실적을 확보하면 회사 체급 자체가 한 단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 하나만으로 금융 허브가 완성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금융회사 유치를 위한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지만 금융중심지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의미다. 더 많은 민간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이전하거나 거점을 구축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업무 환경과 정주 여건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국제금융센터(JIFC) 착공 여부에 시선이 모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 인근 부지에 지하 5층~지상 30층 규모의 금융 사무공간과 업무 편의시설, 회의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인근에 컨벤션센터와 호텔 건립도 함께 추진된다. 전북특별자치도, 전북신용보증재단, 특수목적법인(SPC) 등이 사업을 맡고 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혁신도시 내 여러 건물에 분산 입주해 있는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JIFC가 완공될 경우 금융회사 집적 효과를 높이고 전산·보안 설비를 갖춘 전용 업무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2년부터 계획된 이 사업은 당초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상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올해 1월 금융위원회에 제3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JIFC 착공 여부가 심사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현지에서는 조만간 착공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전산 설비와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용 공간 마련이 중요하다"며 "JIFC이 언제 완공되느냐도 금융회사의 전북 이전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사례를 거론하며 신중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은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국거래소 등 금융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핵심 의사결정 기능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지역에 거점을 두더라도 실제 의사결정 기능과 핵심 인력이 함께 이전하지 않으면 금융허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 변화에 따른 정책 지속성도 변수로 꼽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부산 사례를 언급하며 정책 추진 동력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부산의 경우 BIFC를 중심으로 금융도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 추진됐지만 정권 교체 이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현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북혁신도시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중심지 조성은 수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정권 변화와 무관한 정책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간 경쟁 구도도 변수다. 영남권을 중심으로는 부산 금융중심지 정책이 아직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전북혁신도시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부산에 충분히 힘을 실어도 부족한데 새로 전북을 키우겠다고 나서니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전북혁신도시가 금융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는 국민연금이라는 강점을 민간 금융생태계 확대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사례가 보여주듯 정부 주도의 기관 이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JIFC를 비롯한 금융 인프라 구축과 민간 금융회사 유치, 전문인력 집적, 정책 지속성이 함께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금융중심지로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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