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KB·신한·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전북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거점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지역 이전을 넘어 '1500조원 규모 국민연금 자금을 둘러싼 거점 전쟁'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지역 균형 발전 등 정책 환경과 맞물리며 금융지주 간 경쟁 구도도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양종희 회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전북혁신도시에서 국민연금공단(NPS),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 금융타운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거점 구축에 착수했다. 자산운용·손해보험·증권·은행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약 380명의 인력이 상주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170명가량은 지역 인재로 채용할 계획이다. 초기 거점 구축 단계임에도 사실상 '본부급'에 준하는 인력 규모라는 평가다.
KB금융은 현재 건물이 들어설 부지 확보와 관련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단순 사무소 개념을 넘어 지역 금융 생태계 형성에 기여하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역시 전북혁신도시를 핵심 전략 거점으로 설정하고 맞불을 놓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진옥동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 출범식을 열고 전주본부를 개소했다. 현재 약 120명 수준인 인력을 단계적으로 300명까지 확대해 자산운용 중심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종합 금융타운을 지향하는 KB금융과 달리 투자·운용 기능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도 전북행에 합류하며 경쟁 구도에 가세했다. 우리자산운용 전주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특화 채널인 '전북BIZ프라임센터'를 신설해 현지 밀착형 영업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또 벤처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을 통해 전북 지역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고, 2030년까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전주 지역 근무 인력은 기존 200명 수준에서 300명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별 전략도 뚜렷하게 갈린다. KB금융은 '종합 금융타운', 신한금융은 '자산운용 특화', 우리금융은 '지역 밀착형 금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구조다.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전주행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국민연금공단과의 접점 확대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전주에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해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곳에 물리적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수탁 자금 관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체투자와 공동 투자 등 다양한 협업 기회를 선점하려는 포석을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협업 차원을 넘어 위탁운용과 대체투자 딜 접근성을 좌우하는 핵심 거점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연기금과의 물리적 거리 축소가 편의성을 넘어 네트워크와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정책 환경 역시 금융지주들의 전주행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주를 제3금융중심지로 육성하고, 국민연금공단과의 연계를 축으로 자산운용 중심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금융지주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등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지주들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사의 지방 거점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정치권의 우호적 기류도 금융지주 간 이른바 '정책 대응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치권 주목도가 커지면서 금융지주들이 경쟁적으로 인력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전북 진출이 확정된 상황인 만큼 어느 정도 규모를 확보하느냐도 핵심 경쟁 요소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거점 확보를 넘어 '규모 경쟁' 단계로 접어들며 과열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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