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KB·신한·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들의 전북혁신도시 거점 조성이 탄력을 받으면서 속도전 이면에서는 인력 이탈과 조직 반발이라는 '균열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정책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인력 이동 과정에서 마찰과 성과 도출 부담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동시에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혁신도시 거점 조성을 확정한 금융지주들은 대규모 인력 배치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력 배치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우선 자발적 지원을 받은 뒤 지역 연고자 중심으로 선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지원자가 부족할 경우 일부 인력을 차출하는 방안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 경우 강력한 보상책이 동반되더라도 강제 차출 인력들의 반발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앞서 산업은행, 금융감독원, 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 과정에서도 근무지 변경에 대한 직원들의 비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노사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번 역시 유사한 갈등 구조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특성상 수도권에 집중된 업무 환경과 생활 기반을 고려할 때 지방 근무는 여전히 명확한 비선호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순한 인센티브만으로는 차출 인력의 장기 근속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전북혁신도시 이전 역시 과거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례와 유사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점이 상시 조직이 아닌 '순환 근무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의 생활 기반을 둔 대다수 본점 직원에게 지방 근무는 피하고 싶은 선택지"라며 "일회성 보상책만으로는 장기적인 인력 이탈을 방지하고 조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지 채용을 통한 전문 인력 확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자산운용과 투자은행(IB)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현지 채용 절차에 착수했지만, 수도권보다 부산·전북 등 인근 연고지 대학 출신 인력을 중심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핵심 투자·운용 기능이 아닌 보조 조직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융지주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토로가 나온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동시에 가시적인 성과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이중 과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즉 '정책 리스크'와 '실적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은 셈이다. 어떤 기능을 이전할지와 투자·운용 기능까지 확대할 경우 지역과의 연계를 어떻게 설계할지 등을 두고 치열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인력을 지방에 집적시키는 사례는 금융권에서도 흔치 않다"며 "이번이 사실상 첫 단추를 끼우는 사례인 만큼 지역 균형 발전의 신호탄이 될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거점을 구축해 어떠한 방식으로 지역과 상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북혁신도시행을 결정한 금융지주들의 인력 확대 속도는 당초 계획을 웃돌고 있다. 현지 채용 인력을 제외하고 서울에서 새롭게 배치할 인원만 초기 100여명에서 200여명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 상태다. 은행 점포 한 곳당 평균 인력이 7~8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 시 일반 영업점 25~30개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단일 지역에 이 정도 인력을 집중시키는 것은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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