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삼성중공업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시장에서 세계 1위를 굳혔다. 일주일 새 두 척을 잇따라 수주하며 점유율 64%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설비를 20~30년간 굴리며 나오는 운영·정비(O&M) 일감은 정작 건조사인 삼성중공업이 아니라 발주처와 외국 전문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다.
FLNG는 한 번 바다에 설치되면 20~30년간 가동되며, 그 기간 내내 설비를 돌리고(운영) 부품을 점검·교체하며(정비) 설비를 뜯어고치는(개조) 일이 따른다. 이 운영·정비(O&M)는 일회성인 건조와 달리 설비 수명만큼 반복되는 장기 매출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삼성중공업은 FLNG를 15년간 7척 수주해 세계 1위를 쌓는 동안, 운영·정비 시장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정비'라도 국내 조선사가 뛰어든 함정 정비(MRO)와는 시장의 성격이 다르다. 함정 MRO가 정부·군을 상대로 한 사업이라면, FLNG 정비는 쉘 같은 민간 발주처가 일감을 쥔 시장이다. 이 차이가 진입의 조건을 가른다.
함정 MRO는 군함이 대상인 부분으로, 발주처가 정부·군이다. 자국 안보 자산인 군함의 정비를 외국 조선소에 맡기는 일이라, 시장이 열리려면 발주국의 정책적 개방이 먼저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국내 조선업 최초로 미 해군 군함의 MRO를 수주한 것도 미국이 함정 정비를 우방 조선소에 개방하면서 가능했다. 진입 자체가 정부 결정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한화오션이 부산·경남 정비업체 15개사와 꾸린 클러스터 협의체가 내건 목표도 "북미 MRO 시장 진출"이다.
삼성중공업이 함정 MRO에 눈을 돌린 것도 떠밀린 결과에 가깝다. 특수선 건조 경험이 없어 미온적이다가, 정부가 한미 조선 협력(마스가·MASGA)을 통상 카드로 꺼내든 뒤인 지난해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군수지원함 MRO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정비 자격인 함정정비협약(MSRA) 취득은 올 들어 준비에 착수한 단계로, 회사도 "인증 취득 이후 수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노리는 분야도 일반 상선과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은 군수지원함으로,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
함정 MRO는 뒤늦게라도 발을 들였지만, FLNG 정비는 다르다. 발주처가 민간이라 정부 개방도, 자격 제도도 필요 없다. 역량만 있으면 경쟁으로 수주할 수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도 세계 1위 건조사인 삼성중공업은 여기에 진입하지 못했다. 자사가 건조한 프렐류드도 운영은 쉘이, 정비는 영국 엔지니어링 기업 우드가 맡고 있다.
건조와 정비는 같은 설비를 두고도 진입 문턱이 다르다. 발주처가 정비를 맡길 때 고려하는 것은 건조 능력보다 인도 후 설비를 오래 운영해 본 이력이다. 이 이력에서 삼성중공업은 사실상 백지에 가깝다. 세계 최대 FLNG로 직접 건조한 프렐류드에서도 운영은 쉘이, 정비는 우드가 맡았고 삼성중공업의 자리는 없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는 건조 경쟁력은 최고지만 인도 후 운영을 해본 경험이 없어 후단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운영 실적과 전담 조직이 없으면 앞으로도 발주처에서 일감을 받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 경쟁사들은 건조와 정비를 함께 가져간다. 일본 MODEC은 FPSO·FLNG를 직접 건조하면서 운영·정비까지 맡는다. 2020년에는 우드사이드로부터 세네갈 FPSO의 운영·정비를 10년 계약으로 따냈고, 최대 10년 연장 옵션까지 확보했다. 한 번 맡으면 20년 안팎의 매출이 따라온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네덜란드 다멘도 건조에 그치지 않고 정비·운영을 별도 사업부로 키웠다.
정비 시장에서의 공백과는 대조적으로, 수주 실적만 보면 거침없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8일 아프리카 지역 선주사와 FLNG 1기를 3조6536억원에 본계약했다고 공시했다. 인도 시점은 2028년이다. 앞서 2일에는 미국 델핀 LNG 프로젝트의 FLNG 1기를 4조3301억원에 수주했다. 두 건으로 해양 부문 누적 수주는 FLNG 2기 44억달러, 회사 전체로는 96억달러를 기록해 연간 목표(139억달러)의 69%에 이른다. 같은 날 수주한 LNG운반선 1척이 3855억원인 점과 비교하면 FLNG 단가는 압도적이다.
삼성중공업은 2011년 쉘이 발주한 세계 최대 FLNG '프렐류드'를 시작으로 신조 FLNG 11기 중 7기를 수주했다. 회사는 이번 수주에 '레슨런드(Lessons Learned) 시스템'을 적용했다며 "설계에서 시운전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의 표준화를 세계 최초로 실현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전 과정'은 시운전, 곧 설비를 발주처에 넘기는 시점까지다. 가장 많이 짓고도, 자신이 지은 설비의 후속 매출은 경쟁사에 넘기고 있는 셈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FLNG 정비에 대해 "아직 그 분야까지 수행하지 않는다"며 "애프터마켓 사업 전반의 매출은 사업보고서에 따로 잡히지 않을 만큼 미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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