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조선업 반등에 힘입어 실적 회복 구간에 진입한 삼성중공업은 과거 삼성의 사업재편에서는 매각 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을 만큼 비주력 계열사로 평가된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편은 아니다.
특히 이재용 삼성 회장이 거제 조선소를 방문한 지 10년이 넘었고 회장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조선소를 방문한 적 없어 계열사 중 사실상 오너의 관심이 없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정기선 회장, 김동관 회장이 수시로 방문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2023년부터 영업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6조4200억원에 달했다. 2023년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기록한 영업이익은 1조598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작업 효율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선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나 인도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주잔고가 감소했다"며 “최근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탱커 수주를 바탕으로 상선수주도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020년대 초반까지 적자에 허덕이던 때와 비교하면 영업 개선에 속도가 붙은 셈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1조원을 돌파할 경우 2012년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중공업은 계열사 중에서도 소외된 편이다. 회사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할 당시에는 삼성그룹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다. 2010년대 삼성의 사업재편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리스트 상단에는 삼성중공업이 있었다. 지금 영업이익 1조원 복귀를 예고하고 있지만 그룹에서도 수주산업인 조선업에 관심이 크게 없다.
삼성중공업의 매각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시기와 겹치기도 한다.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그룹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해 11월 삼성은 한화에 방산·화학 계열사를 매각했다.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한꺼번에 넘기는 빅딜이었다.
삼성이 방산·화학 계열사를 매각한 뒤 당시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을 매각 리스트에 있는 다음 타자로 유력하게 거론했다. 한화와의 빅딜 이후 이듬해인 2015년은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휘청이던 때다. 비주력 계열사 정리를 통한 구조조정에서 삼성중공업은 빠지지 않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삼성의 투자 중심 축은 반도체·바이오 쪽으로 이동하기도 했고 삼성중공업의 그룹 내 위상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오너 경영인의 현장 경영에서도 삼성중공업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회장이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것은 손에 꼽는다. 이 회장은 2015년 11월 거제조선소를 찾았다. 당시는 부회장이었다. 저유가에 따른 해양플랜트 부진으로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적자로 시름하던 시기다. 2022년 회장 취임 이후에는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적 없다. 현장 경영은 반도체와 전자 계열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조선업 호황 국면에 접어든 지금도 삼성중공업의 그룹 내 존재감은 크지 않다. AI 시대로 전환하는 지금 메모리 반도체 숏티지 속에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고 AI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 바이오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삼성의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해서다. 삼성의 상장 계열사 시총 순위를 보면 삼성중공업은 23조원 규모로 삼성전자(1885조원)뿐만 아니라 삼성전기(128조원), 삼성물산(70조원), 삼성바이오로직스(60조원) 등에 밀린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시장의 평가에서 뒤떨어지는 3등 조선소 이미지가 강하다. 삼성중공업 시총은 지난 12일 기준 약 23조원이다. HD현대중공업 시총은 약 68조원으로 삼성중공업의 3배에 달했다. 한화오션의 시총은 약 34조원이다. 한화오션은 김동관 부회장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평가받으며 방산을 축으로 한 한미 조선 협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오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특수선 사업부가 없어 경쟁사 대비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의 경우 HD현대의 뿌리와 같다면 삼성중공업은 비주력 계열사로 과거에 삼성이 매각하기 위해 엄청 애를 썼던 곳이다"며 "실적 회복에도 그룹 내 위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