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화재'가 예별손해보험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부족한 기본자본을 보완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금보험공사의 대규모 자금 지원이 예정된 예별손보를 인수할 경우 연결 기준 자본 확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흥국화재가 예별손보 인수 후 보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사업적 결합 효과를 낼 수 있을지를 두고서는 우려가 교차하는 양상이다. 특히 장기보험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필수적인 데 반해 예별손보의 경우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 비중이 상당하고, 설계조직 이탈로 인한 판매 채널 약화까지 겹쳐 시너지 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예별손보 본입찰 인수의향서(LOI) 제출을 검토 중이다. 예별손보 인수 후보군으로는 흥국화재를 비롯해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교보생명, OK금융그룹 등이 거론된다. 흥국화재의 M&A는 태광그룹 차원에서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예별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의 보험계약을 이전받아 유지·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가교보험사다. 현재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인수자 측에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흥국화재의 예별손보 인수전 참전과 관련해 자본구조 개선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예보 지원을 통해 예별손보의 순자산이 확대될 경우 연결 재무제표상 자본 확충 효과가 발생해 흥국화재의 자본건전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흥국화재의 건전성을 고려하면 대규모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만큼, 예별손보 인수가 자본확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흥국화재의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50%를 크게 밑돌면서 규제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본 개선 노력을 보여줄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내년부터 기본자본비율이 50% 미만인 보험사에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자본 지표는 흥국화재의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된다. 올해 1분기 말 흥국화재의 경과조치 전·후 기본자본비율은 각각 22%, 40%로 집계됐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수치조차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밑돌고 있다. 기본자본비율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흥국화재가 태광그룹의 지원 아래 예별손보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기본자본비율을 가시적으로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1분기 말 요구자본 규모를 기준으로 단순 추산할 경우 공적 지원금 1조2000억원 가운데 절반만 연결 기준 기본자본으로 반영되더라도 경과조치 전 기본자본비율은 51%, 경과조치 후는 76% 수준까지 상승한다. 실제 효과는 지원 방식과 회계 처리, 인수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추가적인 경영 정상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자본건전성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문제는 흥국화재와 예별손보의 사업 구조상 인수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흥국화재가 예별손보 인수를 통해 단기적으로 기본자본 규제 부담을 덜 수 있더라도, 보험 본업에서 이익 창출력을 높여 자본을 축적하는 체질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하지만 고손해율을 동반하는 실손보험이 예별손보 포트폴리오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어 향후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월간보험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예별손보의 개인 보장성보험(표준형) 보유계약금액 가운데 실손의료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였다. 같은 기간 흥국화재의 실손보험 비중(20%)을 웃도는 수준이며 전체 손보업계 평균(14%)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보유계약은 보험사가 직접 보유하며 사고 발생 시 보험금 지급 책임을 부담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실손보험 비중이 높을수록 보험금 지급 변동성이 커지고 자본 부담 역시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실손보험은 경과손해율이 100% 안팎을 오가는 경우가 많아 보험사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결국 흥국화재 입장에서는 예별손보 인수가 단기적으로 자본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높은 장기보험 중심 성장 전략과 얼마나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아울러 예별손보 출범 전후로 설계 조직이 사실상 붕괴된 탓에 흥국화재 입장에서 영업망 확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MG손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5월부터 신규 영업이 중단된 여파로 인력 이탈이 대거 발생한 상황이다. 2024년 말 616명이었던 설계사 수는 영업 중지 직전이었던 2025년 6월 말 284명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 100여명 수준까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흥국화재가 예별손보를 인수한 후에는 장기보험 부문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예별손보의 실손 중심 포트폴리오는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며 "장기보험에서도 고수익 상품을 선별 육성해 외형 성장을 도모해야 하지만 예별손보의 라인업은 미비한 편이고, 영업 인력 부재까지 겹쳐 시너지를 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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