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이노텍이 베트남 반도체기판 공장 증설에 1조원 이상을 쏟아붓는다. 최근 발표한 구미와 광주 등 국내 투자까지 더하면 총투자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해 자금 조달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에 반도체기판 공장을 새로 짓는다. 올해 7월 착공해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며 토지 매입과 건물 건축, 설비 투자까지 포함한 총 투자액은 1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현재 베트남 법인은 카메라모듈을 생산 중이다.
반도체기판 공장이 들어설 부지 규모는 축구장 45개 크기인 9만8000평(약 33만㎡)에 달한다. 이 공장에서는 무선 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 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FC-CSP),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반도체기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경북 구미 사업장이 LG이노텍의 유일한 반도체기판 생산기지였다.
이번 증설의 배경은 반도체기판 수요 급증이다. RF-SiP는 스마트폰 5G 채용률 증가로, FC-CSP는 온디바이스 AI 확산에 따른 고성능 AP 및 메모리 수요 증가로 성장세다. FC-BGA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로 물량과 스펙 상향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구미 반도체기판 라인은 현재 풀가동에 근접해 추가 캐파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투자 방식은 베트남 현지 법인(LGITVH)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다. 다만 LGITVH는 이미 본사 채무보증(올해 3월 말 기준 한도 1조548억원, 사용액 3405억원)을 기반으로 현지 차입을 운용하고 있어 증설 규모에 따라 본사의 추가 보증이 필요해질 수 있다.
LG이노텍은 베트남 투자와 별개로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우선 지난해 3월 경상북도 및 구미시와 그해 4월부터 올해 말까지 6000억원을 투자하는 협약(MOU)을 체결했다. FC-BGA 양산라인 확대와 고부가 카메라모듈 생산 설비 확충에 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이다. 원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레거시 모델용 카메라모듈은 베트남 공장에서, 신모델 대응용 고부가 카메라모듈은 구미 공장에서 생산하는 이원화 전략도 병행한다.
광주에서도 투자가 진행된다. LG이노텍은 올해 1월 광주시와 차량용 AP모듈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했다. 투자 규모는 1000억원으로, 올해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AP모듈은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디지털 콕핏 등 자동차 전자시스템을 통합 제어한다. 이는 LG이노텍이 지난해부터 본격 육성하는 신사업 분야다. 광주사업장은 1985년 설립 이후 차량용 통신·조명·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해온 모빌리티솔루션 사업의 핵심 생산기지다.
문제는 자금이다. LG이노텍의 연간 설비투자(CAPEX)는 2023년 1조7900억원에서 2024년 7200억원, 지난해 68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구미와 광주 투자에 이어 베트남 착공까지 겹치면서 CAPEX가 다시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약 1조3000억원)에서 CAPEX(6800억원)를 제하면 잉여현금은 6200억원 수준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소화하기엔 다소 빠듯하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증액 등 외부 조달 가능성도 거론된다. LG이노텍의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3726억원, 부채비율은 94.4%로 재무건전성 자체는 양호한 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구미와 광주 투자는 MOU 성격상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제 집행 규모가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증설에 자금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LG이노텍은 자체 조달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연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인 EBITDA 기준으로 2조원 정도 현금을 창출할 수 있어 대규모 투자도 내부에서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며 "필요하면 회사채 발행도 할 수 있지만 현재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LG이노텍의 지난해 EBITDA가 1조8153억원으로, 올해는 반도체기판 풀가동과 광학솔루션 실적 개선에 힘입어 2조1773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현금창출력이 올해 더 커지는 만큼 자체 조달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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