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오랜 기간 매각에 난항을 겪었던 보험사 매물들에 다수의 원매자가 관심을 보이면서 침체됐던 시장 분위기가 다소 반전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매각가 현실화와 함께 부실 보험사 정리 및 소비자보호를 중시하는 정책 환경 변화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예비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흥국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예별손해보험 역시 지난달 재공고를 통해 매각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흥국화재), 교보생명, OK금융그룹 등이 인수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보험사 M&A 시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KDB생명은 수차례 매각이 무산됐고 MG손해보험 역시 매각 실패로 가교보험사인 예별손보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유효입찰이 성립되지 않았다. IFRS17 도입 이후 자본 부담이 확대된 데다 보험업 성장성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인수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M&A 시장 분위기 변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 매각가 현실화를 꼽는다. 원매자를 찾지 못해 매각이 장기화되자 매도자들이 기존보다 가격 기대치를 낮췄고, 이에 따라 인수 부담이 줄어들면서 시장 참여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격이 맞지 않아 검토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가격 조건이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좋은 조건이라면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원매자들에게는 전략적 실익도 존재한다. 흥국생명의 경우 KDB생명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와 OK금융그룹 역시 보험 라이선스 확보라는 측면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의미가 있다.
반면 이미 대형 보험사 지위를 확보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의 경우 외형 확대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들 회사의 참여를 실제 인수 의지뿐 아니라 시장 상황과 매물 가치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의 검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인수전 관심 확대를 단순한 사업성이나 수익성 측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가격 현실화와 함께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소비자보호 및 사회적 책임 요구가 확대되면서 이 같은 정책 환경 변화가 원매자들이 검토에 나선 배경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특히 KDB생명은 이러한 해석이 거론되는 매물 중 하나다. KDB생명은 수차례 매각이 무산되며 금융권의 대표적인 장기 미매각 매물로 꼽혀왔다. 업계에서는 장기 매물 해소가 금융권 구조조정의 상징적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원매자들이 이러한 환경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B보험사 관계자는 "가격이 많이 현실화된 영향도 있겠지만 과거 같으면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았을 회사들이 들어온 것도 사실"이라며 "단순히 사업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예별손보 역시 일반적인 보험사 매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예별손보는 MG손보 보험계약을 이전받기 위해 설립된 가교보험사로 계약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공적 목적이 강하게 반영된 매물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와 부실 금융회사 정리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MG손보 정리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 자금 투입 문제와 책임 소재를 직접 언급하는 등 부실 보험사 정리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예별손보 인수전 참여 자체가 금융당국의 계약자 보호와 구조조정 기조에 호응하는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같은 해석이 처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MG손보 매각 당시에도 메리츠화재의 인수전 참여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업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기조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KDB생명과 예별손보가 각각 구조조정과 계약자 보호라는 정책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M&A 매물과는 다소 다른 성격으로 보고 있다.
C보험사 관계자는 "예별손보는 소비자보호 성격이 강하고 KDB생명은 구조조정 성격이 강한 거래"라며 "최근 보험사 M&A는 단순한 수익성 판단을 넘어 정책 환경과 당국 기조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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