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사단법인 벤처기업협회가 정부의 코스닥 세그먼트·승강제 도입 방향에 대해 외형 중심 기준만으로는 성장기업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이 벤처·혁신기업의 성장자금 조달과 투자 회수 창구 역할을 해온 만큼, 시가총액과 매출 등 현재 규모보다 기술력과 잠재성장력을 반영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벤처기업협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2026 상반기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정책 방향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 보완 과제를 제시했다.
이날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4대 벤처강국' 정책과 추진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벤처투자 확대와 규제 혁신, 창업 활성화 등을 통해 벤처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특히 벤처투자 40조원 시장 조성, 규제혁신, 창업 활성화, 코스닥 활성화 등 벤처기업협회가 제안해 온 주요 정책과제들이 대거 채택돼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코스닥 시장 개편과 관련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 회장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다산다사'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세그먼트 및 승강제, 상장폐지 요건의 기준, 획일적인 중복상장 규제 등은 벤처기업 특성을 반영해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 제고와 투자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시장 내 기업을 구분하는 세그먼트 및 승강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스탠다드, 관리군 등으로 구분하고 승강제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량기업은 별도 세그먼트로 구분해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고, 부실 우려 기업은 관리군으로 분류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특히 세그먼트 및 승강제 분류 기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벤처업계는 이 과정에서 시가총액과 매출 등 외형지표가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성장 초기 기업이나 연구개발 중심 기업이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바이오, 딥테크, 플랫폼 등 신산업 기업은 초기에는 매출과 이익 규모가 작더라도 기술력과 시장 선점 가능성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벤처기업협회는 기본적으로 인위적인 시장 구분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성장기업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인위적인 코스닥 세그먼트 정책에는 반대한다"면서도 "세그먼트가 불가피하다면 기준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가총액과 매출 등 외형 중심 기준만으로는 코스닥 기업의 본질적 특성인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우려를 나타냈다.
송 회장 역시 "시가총액·매출 등 외형 기준만으로는 잠재성장력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기술기업 상당수가 성장 초기에는 현재 실적보다 기술력과 시장 선점 가능성을 바탕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혁신기업에 대한 성장성 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가 코스닥 승강제에 우려를 제기하는 배경에는 코스닥의 정체성 문제가 깔려 있다. 코스닥은 벤처기업의 성장자금 조달 창구이자 벤처투자 회수시장 역할을 해왔다. 업계에서는 기업을 현재 규모에 따라 서열화할 경우 하위 세그먼트로 분류된 기업에 부정적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주가와 투자심리, 후속 자금조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세그먼트·승강제뿐 아니라 상장폐지 요건과 중복상장 규제 역시 벤처기업의 성장 특성과 자금조달 환경을 고려해 설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오는 15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공동 정책기자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세그먼트·승강제 외 상장폐지 요건, 중복상장 규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송 회장은 "벤처기업협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교한 정책으로 번역하고 실천하는 '현장 중심의 싱크탱크'가 돼 우리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주인공이 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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