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쿠팡은 즉각 행정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입장을 냈다. 일각에서는 최근 쿠팡이 글로벌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소송을 통해 거액의 과징금 지급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전략으로 관측 중이다.
개보위는 전날 열린 전체회의 결과를 토대로 쿠팡에 대규모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 공표명령, 고발, 개선권고를 의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개보위는 쿠팡이 인증 서명키 관리와 접근통제 소홀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 미흡으로 3755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아가 타사 웹·앱에 접속한 회원 약 1117만명의 온라인 활동기록을 무단 수집해 개인을 식별한 상태로 DB(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해 쿠팡에 매겨진 과징금은 총 6247억원으로 개보위 출범 이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과징금은 개인정보 유출 관련 안전조치 의무 위반에 4236억원, 타사 온라인 활동기록 무단 수집 등 정보주체 권리 침해에 2011억원이 각각 부과됐다.
쿠팡의 과징금은 과거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당시 부과된 1348억원의 약 4.6배에 달한다. 유출 피해자 수(3750만명)가 SKT(2324만명)의 1.6배인 것을 감안하면 단순 비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유출 규모 외에 능동적 무단 수집과 조사 방해 등 복합 위반을 가중 요소로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과징금의 핵심 파급은 쿠팡의 법인구조에 있다. 과징금은 국내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한 쿠팡 한국법인에 부과된다. 한국법인은 작년 기준 영업이익 2조2884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한국법인이 프로덕트 커머스(Product Commerce) 부문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덕트 부문 매출에는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마켓플레이스 등 사실상 대부분이 한국법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포함된다.
특히 한국법인은 잉여이익을 통해 미국 모회사인 쿠팡Inc에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배당하고 신사업 부문의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지난해 쿠팡Inc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차감전영업이익)는 25억달러(연평균 환율 1422원 기준·약 3조5550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만·파페치 등 신사업이 포함된 부문의 조정 EBITDA 손실 9억9500만달러(약 1조4140억원)을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다. 또한 한국법인은 지난해 쿠팡Inc에 1조4659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이 자금은 다시 대만 등 글로벌 성장사업에 재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쿠팡이 이번에 부과받은 과징금 6247억원을 모두 낸다고 가정할 때 한국법인 연간 영업이익에서 차감하면 잔여이익은 1조6637억원으로 줄어든다. 신사업 손실 보전(약 1조4140억원)까지 감안하면 미국 본사에 배당할 여력도 약 25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쿠팡Inc 연결기준으로도 충격파는 크다. 작년 연결 영업이익이 4억7300만달러(약 6720억원)인데 과징금이 그대로 반영되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사실상 전액 소진된다. 올해 1분기에 이미 2억4200만달러(약 34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까지 더하면 연간 연결기준 순손실 전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전히 투자가 필요한 신사업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만 로켓배송은 물류 인프라 확충이 진행 중이고 파페치는 인수 이후 흑자 전환을 위한 구조조정 투자가 한창이다. 한국 법인의 현금여력이 줄어들수록 투자 일정에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쿠팡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으로 실제 납부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 1월 과징금 전액을 납부한 뒤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개보위 과징금은 공정위와 달리 서울행정법원 1심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이어지면 5~6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 당장 현금이 유출되는 것은 피할 수 있지만 회계상 타격은 불가피하다. 소송기간 중에는 충당부채로 장부에 반영되기 때문에 연결 손익에는 즉시 여파가 미치게 된다.
쿠팡은 개보위의 과징금 발표 직후 "개인정보 보호 프레임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의지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데이터 유출 사태와 관련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개보위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공식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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