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서진시스템이 설비투자 자금 조달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에 나섰는데 스틱-웰투시-LB프라이빗에쿼티 등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잇따라 인수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및 AI 인프라 관련 밸류체인 기업을 선점하려는 주요 PE 하우스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1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진시스템은 최근 유상증자에 이어 글로벌 사업 확장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서진시스템은 미국 생산거점 투자와 베트남 생산라인 증설을 동시에 진행하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반도체 장비를 포함해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데이터센터, 우주항공, 로봇 파운드리 등으로 사업 영토를 넓혀왔다. 글로벌 사업 확장과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말 회사의 부채비율은 212.6%로 상승했다. 이에 지난 4월 18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이 중 1400억원을 미국 ESS·반도체장비 사업 관련 시설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대주주인 전동규 대표도 보유 지분 블록딜로 확보한 1687억원을 회사에 대여하며 자금을 보탤 예정이다. 그러나 추가 해외 증설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진시스템은 영구채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발행이 성사되면 부채비율을 130% 안팎까지 대폭 낮출 수 있다.
다수의 PE 하우스가 투자 검토에 나선 배경으로는 서진시스템이 구축한 글로벌 제조 인프라와 이로 인한 수주 성과에 있다. 서진시스템은 베트남 등에 알루미늄 압출부터 조립, 최종 테스트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밸류체인 공장을 갖추고 있는데, 글로벌 ESS 시장에서 대형 인프라를 확보한 제조 기업이 드물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다. 실제 수주잔고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ESS·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통신장비 등 핵심 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정 외주 물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국 플루언스 에너지 등 주요 ESS 기업에 직접 장비를 납품하는 구조를 확보했다. 빅테크 기업용 데이터센터 서버 랙과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넓혀 제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다만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 여력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bnw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몸값을 높인 ESS 컨테이너 전문기업 에이스엔지니어링과의 거래 구조 때문이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이 글로벌 영업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탑티어 고객사들과 계약을 따내는 원청 역할을 한다면, 서진시스템은 물건을 제조해 주는 외주 파트너에 가깝다. 특히 원청인 에이스엔지니어링에 물량을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로 높은 수익성과 사업 확장성은 에이스엔지니어링에 집중되고 서진시스템은 제조 기지로서 해외 증설에 따른 자본 조달 부담만 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그럼에도 인수를 검토 중인 PE들은 양사의 견고한 협력 관계를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한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이 뛰어난 설계와 수주 능력을 갖췄더라도 이를 대량 생산해 줄 서진시스템의 제조 인프라가 없다면 글로벌 계약 이행이 어려워서다. 결과적으로 에이스엔지니어링의 성장이 서진시스템의 공장 가동률 상승과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다. 글로벌 ESS 업황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에이스엔지니어링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사모펀드들이 영구채 인수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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