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장소영 기자] 인공지능(AI)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AI 기술기업 상장 1호 격인 노타와 마키나락스를 연이어 증시에 입성시킨 데 이어 차기 대어로 꼽히는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 슈퍼브AI, 앨리스그룹 등의 상장 주관 업무까지 확보하면서 사실상 AI IPO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한 순수 AI 기술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노타와 마키나락스 정도다. 두 기업 모두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아직 시가총액 1조원 미만 규모지만 국내 AI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상장 1세대' 기업을 선점했다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미래에셋증권이 차기 AI 대어들까지 확보했다는 점이다. 업스테이지와 퓨리오사AI, 슈퍼브AI, 앨리스그룹 등 향후 국내 AI IPO 시장을 대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 미래에셋증권과 손을 잡았다.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주요 AI 기업들의 주관사 지형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두드러진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 IPO1팀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AI 기업 대표는 "친분이 있는 AI 기업 대표들 사이에서는 IPO 실무를 담당하는 인물이 대부분 미래에셋증권 IPO1팀의 하주선 이사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우리는 미래에셋 사단'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업스테이지의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연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AI 기업 대표들이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추천하는 영상을 촬영해 업스테이지 측에 전달하며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히 주관 실적을 넘어 AI 업계 내에서 형성된 신뢰 네트워크가 주관사 선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산업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핵심 투자 테마로 부상하면서 증권사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퓨리오사AI다. 삼성증권은 과거 퓨리오사AI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이를 자발적으로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퓨리오사AI 공동주관을 유지할 경우 차기 AI 대어인 리벨리온이나 업스테이지 등과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증권은 리벨리온 대표주관사 지위를 확보했고 프리IPO 투자에도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AI 기업을 둘러싼 주관사 경쟁이 단순한 IPO 수임을 넘어 투자와 장기 관계 구축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성과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노타와 마키나락스를 모두 상장시킨 경험을 확보한 데다 차기 대형 AI IPO 후보군까지 대거 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산업이 이제 막 상장 사이클에 진입한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첫 성공 사례를 축적한 미래에셋증권의 경쟁력이 향후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미래에셋그룹 특유의 투자형 증권사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일찍이 브로커리지 중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유망 산업의 성장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투자형IB을 강조해왔다. 단순히 상장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리IPO 투자와 자금 조달, 상장 후 성장 지원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 왔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AI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다수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왔다. 업계에서는 하주선 이사의 실무 역량이 부각된 배경에도 그룹 차원의 투자 철학과 자본 지원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AI 기업 발굴부터 투자, 상장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미래에셋증권의 AI IPO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상장만 시켜주는 증권사보다 성장 과정에서 투자자로 함께했던 파트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최근 주관사 교체가 잦아지는데, 그중 마키나락스는 FI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체해 성공한 케이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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