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국내 게임산업이 성장률 둔화와 이용률 하락, 수출 정체를 동시에 겪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전환을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제품 고도화와 수출 확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AI 도입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경우 게임 제작 기반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세제·노동·투자·수출 정책을 함께 바꾸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딜사이트는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AI시대 게임산업 경쟁력과 세제지원 접점을 찾다'를 주제로 2026 게임 포럼을 개최했다. 네 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선 최승훈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AI 전환 시대, K-게임산업 진흥의 종합 패키지를 묻다 - AX를 넘어 PX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 국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8일 제시한 K컬처 400조원 목표를 게임산업 정책 논의의 출발점으로 봤다. 문체부가 2030년 목표와 함께 274조원이라는 기준점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 126조원 규모의 추가 성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274조원에서 400조원까지 가려면 연평균 7.9%의 스케일업이 필요하다"며 "기존 방식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콘텐츠산업 성장의 핵심을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시장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게임산업의 수출 성과가 K콘텐츠 전체 성장의 전제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게임산업은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제작 역량 한계, 내수 둔화, 경쟁력 저하, 투자 감소, 양극화 심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 측 추정에 따르면 2025년 게임산업 성장률은 1.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이용률 하락도 문제로 꼽았다.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에서 2024년 59.9%, 2025년 50.2%로 낮아졌다. 최 국장은 "국민 중 절반은 게임을 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게임이 숏폼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감상형 콘텐츠에 이용자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한국 게임산업이 체급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신무기로 봤다. 북미·유럽·일본은 막대한 자본력과 정교한 분업 시스템을 갖췄고 중국은 거대 내수 시장과 압도적 인적 자본을 보유한 상황이다. 한국은 좁은 시장과 부족한 자본, 제한된 인력이라는 제약을 AI로 보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 국장은 "AI를 통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짧은 기간에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고품질 게임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며 "AI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만 AI를 비용 절감과 손실 축소 수단으로만 쓰는 것은 경계했다. 게임산업에서 인력은 단순 노동력이 아니라 핵심 설비이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최 국장은 "AI 전환을 인력 감축으로 연결하면 대한민국 게임 제작 기반이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 신호가 없다면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비용 효율화라는 쉬운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AI 전환을 제품 고도화와 증산으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 전환, 즉 'PX'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이 제시한 정책 패키지는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주 52시간제 개선 ▲통합고용세액공제 확대 ▲모태펀드 게임전문계정 도입 ▲K콘텐츠 코트라 설립 ▲수수료 정상화 등이다.
그는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를 통해 기업의 제품 고도화 투자를 유도하고, 탄력근로제와 재량근로제 개선으로 게임 개발 특성에 맞는 근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도입하면서도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기업에는 통합고용세액공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투자 측면에서는 모태펀드 내 게임전문계정 도입을 제안했다. 중소·중견·인디 게임사가 단순 생존을 넘어 고품질 게임 제작에 나설 수 있도록 모험자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출 지원 체계도 별도 과제로 꼽았다. 최 국장은 AI 전환으로 더 많은 게임이 생산되더라도 내수 시장만으로는 이를 소화하기 어렵다며, 해외 판로 개척을 전담할 강력한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수료 구조 개선도 강조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마켓 수수료 30%와 마케팅 수수료 20%가 더해져 매출의 절반가량이 외부 플랫폼과 광고비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다. 그는 콘텐츠 유통 공정화 관련 법률과 게임 경품 규제 개선을 통해 게임사가 자기주도적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최 국장은 "세액공제, 근로시간, 고용 인센티브, 펀드, 수출 지원, 수수료 정상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며 "AI 전환을 제품 고도화와 수출 확대로 연결해야 K컬처 400조원 시대와 게임산업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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