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대전사업장 폭발 사건 관련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입건된 가운데 주요 경영진을 상대로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입건을 피한 김동관 대표이사 부회장은 회사의 경영구조상 형사처벌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손 대표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데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고안전책임자(CSO)의 안전 관련 업무 위임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8일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대전경찰청은 가재웅 대전사업장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오너 경영인 김동관 부회장의 경우 입건되지 않았다. 대표이사 체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는 김 부회장의 전략부문과 손 대표의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각자대표 체제로 둘 모두 등기임원이다. 수사 당국은 김 부회장이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너 경영인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김 부회장의 책임과 권한이 크지만 전략부문은 기업의 인수합병(M&A), 해외투자 등의 전략과 기획 업무를 담당한다.
노동청은 사업부문 총괄인 손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판단하고 입건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한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위반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경영책임자로 보고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의심돼 형식적으로 입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실제 혐의 적용, 기소 여부 등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손 대표가 수사 단계에서 입건됐으나 실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유사 사건 등을 살펴보면 최고안전책임자(CSO)에게 안전보건 업무가 실질적으로 위임됐는지가 향후 처벌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2022년 5월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친 정유업체 에쓰오일 온산공장 폭발 사고 관련해 당시 후세인 알 카타니 대표는 검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안전보건 업무를 서울 본사 CSO에게 모두 위임해 최종 경영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본사 최고 안전책임자의 경우 경영책임자로 판단했으나 위험성 평가 절차와 급박한 위험을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고 혐의없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에쓰오일 온산공장 최고책임자인 정유생산본부장과 생산운영본부장, 회사 법인 등 11명을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올해 1월 1심 재판부는 현장 실무책임자인 생산팀장, 온산공장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정비본부장을 비롯한 고위경영진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수백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에서 근로자 중 일부가 업무절차나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어느 정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기적인 감사 등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사안이지 경영자 등의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화에어로 사건에서는 부장급인 ESH실장이 CSO를 겸직하는 부분이 손 대표의 책임 여부를 가리는 데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물류센터 신축현장 하청근로자 사망 사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CSO라고 판단하고 대표이사 책임을 부정했다. 이 판결은 경영책임자가 CSO라고 처음 인정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서 CSO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가 전적으로 위임됐다고 판단했다.
한화에어로의 ESH실장은 안전·환경 재해사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인물로 한화에어로 입사 이후 20년 이상 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한 베테랑으로 확인됐다. 안전공학 박사학위를 소지한 안전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안전공학 박사학위는 산업재해 예방, 위험성 평가, 화재·폭발 방지, 시스템 안전, 중대재해 관리 등을 연구하는 분야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안범수 변호사는 "CSO의 역할을 겸직하는 ESH실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지와 대표이사 면책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에어로 안전보건 관련 업무 체계에서 CSO의 실질적 결정 권한, CEO의 업무·권한 중 안전보건에 관한 부분을 CSO에게 완전히 위임했는지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 대표에게 부여된 1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수사 결과에 따라 지급 여부가 갈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근무 기간 퇴임·포지션 변경·중징계 등 사유가 발생하면 RSU 수량 변경뿐만 아니라 부여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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