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부실 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한 후 규제 사정권에 든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 주식)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들이 취하고 있는 대응 방식을 보면 꽤나 일차원적이다. 표면적인 동전주 탈피를 위한 '주식병합' 카드만 남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손쉬운 대응 수단을 선제적으로 취하는 것이지만 주식병합은 임시방편일 뿐 기업 체질이 바뀌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동전주들의 주식병합 러시를 놓고 생명줄을 연명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식병합 뿐만 아니라 회사 간판을 AI(인공지능)로 바꾼 기업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023년부터 올해 초까지 AI가 들어간 사명으로 변경한 기업이 10곳이 넘는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AI와의 사업적 연계성이 불분명하고 기업 펀더멘탈이 부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로 인해 테마에만 기대어 주가 부양을 노린 '사명 세탁'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동전주 퇴출 등 상장 폐지 요건이 엄격해지면서 각종 불법행위도 판치는 형국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허위 자본 확충, 증빙 조작에 따른 매출 부풀리기, 가족을 동원한 단기 시세조정 사례 등이 적발됐다.
증시 퇴출을 피하기 위해 발등에 불 떨어진 상장사들이 각종 불법행위까지 서슴치 않는 형국이지만, 정공법을 택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컴투스 계열사인 위지윅스튜디오(위지윅)은 최근 자회사인 엔피와의 역합병으로 동전주 탈출을 위한 회심의 카드를 던졌다. 현재 주가는 400원대이지만, 그 흔한 주식병합 카드도 쓰지 않고 있다.
위지윅은 통상적인 모회사가 자회사를 흡수합병한 것이 아닌 자회사가 모회사 위지윅을 흡수합병하는 역병합 구조를 택했다. 두 회사 모두 동전주인 상황에서 역합병 방식이 주가 부양 및 기업가치 상승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러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역합병 방식을 택하면 최대주주인 컴투스의 지배력이 10%가량 감소되나, 이를 감수해서라도 동전주 탈피를 최우선 의사결정 순위로 뒀다는 평가다. 역합병 이후 자사주로 남게 되는 대규모 위지윅 주식(914만주)을 전량 소각한다는 점도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주식병합 같은 기술적 주가 부양이 아니라 합병과 자사주 소각 등 정공법으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나름의 승부수다.
시장은 화답했다. 합병 발표 이후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단기 흐름만으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시장에서 신뢰와 기대감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사가 콘텐츠 지식재산권(IP)를 통한 합병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승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모회사와 자회사 모두 주가가 반짝 상승한 후 최근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주가 모멘텀을 이어가지 못한 건 이들 기업의 펀더멘탈이 아직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싣는다.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업 재편에 시장의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콘텐츠 섹터가 AI·반도체·로봇·방산 등과 달리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점도 주가 모멘텀을 이어가기 어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IP 수익 다각화 등으로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상장 폐지 리스크를 막기 위해 꼼수와 불법이 횡행한 시장에서 합병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업 시너지 있는 양사 간 결합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면 이는 곧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자본시장에도 긍정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이 회사가 향후 동전주 탈피에 성공할 지 끝내 실패할 지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증시 퇴출 방침에 여타 동전주들과 다른 차별화된 정공법 행보는 눈여겨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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