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정부가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국민성장펀드가 본격적인 운용 단계에 진입했다. 네 개 부문으로 나뉘는 국민성장펀드 재정모펀드 가운데 운용 기간이 최대 20년에 달하는 '초장기기술투자' 분야는 가장 정교한 설계와 인내심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기술 상용화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딥테크 산업의 특성상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 투자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고난도 트랙의 모펀드 운용은 우리자산운용이 전담한다.
이상원 우리운용 첨단산업투자실장은 16일 "초장기기술투자 분야는 투자 기간이 이례적으로 긴 만큼 운용의 묘를 살리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넘어 기술이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사업화로 이어지는 험난한 과정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켜보는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초장기 펀드가 국내 기술 생태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정 과정에서 우리운용은 한국성장금융 및 신한자산운용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책금융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 실장과 윤종호 팀장은 과거 한국성장금융 재직 시절 성장사다리펀드 등 굵직한 정책 모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한 경험을 보유한 베테랑들이다.
우리운용이 전담하는 초장기기술투자 모펀드는 정부 재정 800억원을 마중물로 삼아 총 8800억원 규모의 자펀드 조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재정 800억원에 첨단전략산업기금 6000억원 그리고 민간자금 2000억원을 결합하는 구조다. 이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설정일로부터 최대 20년까지 보장되는 존속기간이다. 일반적인 펀드의 만기가 8~10년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의 투자 숙성 기간을 갖는 셈이다. 이는 기업이 단기적인 회수 압박에서 벗어나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배려다.
이 실장은 "초장기 펀드는 당장의 내부수익률(IRR) 지표에 매몰되기보다 최종적인 멀티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10년 혹은 15년 뒤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이 될 핵융합과 양자 컴퓨터 그리고 차세대 이차전지 등 딥테크 분야에 씨앗을 뿌려 원금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모펀드 GP 선정에는 우리금융그룹과 그 수장인 임종룡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은행과 증권 그리고 캐피탈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국민성장펀드에 매칭하는 재간접 펀드에 대규모 직접 출자를 단행하며 정책 자금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이 실장은 "그룹 차원에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의지처럼 생산적 금융을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단순한 운용사 선정 경쟁을 넘어 그룹 전체가 딥테크 생태계 육성을 위한 자본 동원력을 증명한 것이 GP 선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그룹사들과 연계한 다양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향후 자펀드 운용사(GP)들에게도 강력한 유인책이 될 전망이다.
자펀드 운용사 선정에 있어서는 운용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최우선 잣대로 삼을 계획이다. 이상원 실장은 "20년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완주할 수 있는 육각형 역량을 갖춘 운용사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첨단산업전략 펀드는 보통주나 상환권 없는 종류주식에 목표결성액의 75%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따라서 해당 섹터에 대한 투자 경험이 풍부하거나 기술적 깊이를 충분히 이해하는 하우스를 선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초장기기술투자 분야의 자펀드 운용사 선정은 오는 8월경 진행될 예정이며 세부적인 리그 구성과 추진 계획은 산업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해외 자본과의 협업도 우리운용이 그리는 청사진의 핵심 축이다. 이 실장은 현재 운용 중인 글로벌파트너십펀드를 언급하며 "조심스럽지만 해외 벤처캐피탈(VC) 네트워크를 초장기 기술투자 펀드와 연계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밸류업을 돕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VC들이 유망한 국내 딥테크 기업을 소개받고 공동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포부다. 글로벌파트너십펀드는 산업은행이 2014년부터 조성해온 모펀드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자금 유치와 글로벌 벤처 생태계 연계를 목적으로 한다. 우리운용은 약 2600억원 규모의 글로벌파트너십펀드 5호를 운용하고 있다.
급격히 확대된 운용 자산 규모에 맞춰 조직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첨단산업투자실 인원을 중장기적으로 두 배 이상 늘려 철저한 사후 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가 핵심 기술 육성이라는 책임감을 짊어진 우리운용은 조속한 시일 내에 모펀드 결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투자 로드맵을 가동할 방침이다. 이 실장은 "우리금융그룹의 확고한 지지 아래 단순한 자금 관리자를 넘어 대한민국 기술 주권을 지키는 대체투자 명가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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