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광화문 광장이 다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3년9개월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방탄소년단(BTS)이 이달 21일 광화문 일대를 무대로 '왕의 귀환'을 알리면서다. 공연을 앞두고 정부는 전방위적 교통 통제와 인파 관리에 나섰고, 유통업계 역시 각종 프로모션을 쏟아내며 이른바 'BTS 특수'에 올라탔다.
하지만 이같은 떠들썩한 축제의 한편에서 씁쓸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곳도 있다. 국내 대표 콘텐츠 기업 CJ ENM과 경기도다.
이번 광화문 공연을 시작으로 BTS는 월드투어 대장정에 나선다. 그리고 그 첫 무대는 경기도 고양시다. 공연이 열리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수년 전 CJ ENM과 경기도가 추진했던 'CJ라이브시티 아레나' 부지와 불과 2km 떨어진 곳이다.
CJ라이브시티는 CJ ENM과 경기도가 약 10년 전 야심차게 기획한 'K-컬처밸리' 프로젝트의 핵심 축이었다. CJ ENM은 약 2조원을 투입해 세계 최초의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고, 경기도 역시 경기북부와 고양시를 'K컬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업 초기에는 10년간 약 30조원의 경제 효과와 20만명 규모의 고용 창출, 연간 1조7000억원 이상의 소비 유발 효과 등 대규모 파급력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미 완성됐어야 할 CJ라이브시티의 꿈은 자취를 감췄고, CJ ENM과 경기도 간 소송전으로 이어지며 갈등만 남았다. CJ ENM은 경기도의 행정·인프라 지원 미흡을, 경기도는 CJ 측의 사업 지연 책임을 각각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결국 분쟁은 법정으로 향했고, 경기도는 3000억원대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CJ ENM 역시 맞소송으로 대응하며, 양측은 법정에서 서로의 책임을 따지는 처지다.
이 사업 실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퉈질 문제다. 다만 이미 드러난 결과는 분명하다. CJ는 약 7000억원대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했고, 그룹의 핵심 대형 프로젝트까지 잃으며 성장 동력에도 상처를 입었다. 경기도 역시 약속했던 일자리와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끝내 실현하지 못했다. 그 사이 K팝 종주국을 자처해온 한국은 정작 '집 없는 산업'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놓이게 됐다.
한국은 전 세계를 K팝 열풍으로 휩쓸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는 4만석 이상 규모의 상설 공연 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잠실 주경기장은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고척스카이돔 역시 야구장이라는 본래 용도에 제약을 받는다. 결국 스타디움 외부에 임시 무대를 설치하거나 전시장·보조경기장을 공연장으로 변용하는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로 해외 주요 아티스트들의 월드투어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사례도 적지 않다.
K팝은 이미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 수십만 명의 해외 팬들이 공연 하나를 보기 위해 기꺼이 한국을 찾고, 숙박·유통·관광 전반에서 소비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그럼에도 정작 이들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인프라는 갖춰지지 않았다. K팝을 만드는 나라가, K팝을 가장 제대로 소비할 공간은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집 없는 종주국'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완성되지 못한 'K팝의 메카'의 빈자리는 결국 모두가 나눠 짊어지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K팝 산업도, 그리고 팬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그 공백을 감내하는 중이다. CJ라이브시티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없다. 영원하지 않은 K팝의 전성기가 우리를 스쳐 지나가기 전에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다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